"영업이익률 4~7배"…정유4사 '비정유' 투자 가속화

지난 2014년 하반기 정유업계는 '저유가 폭탄'을 맞았다. 그해 초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하던 국제유가가 반토막나면서 정제마진(제품가격에서 비용을 뺀 것)이 급격히 떨어졌다. 정유4사의 영업손실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정유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 (107,500원 ▼2,500 -2.27%)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정유사업에서 99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비정유사업'에서 만큼은 흑자를 냈다.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SK종합화학·SK루브리컨츠 등 석유화학기업들이 화학·윤활유에서 64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을 만회했다. 5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파라자일렌(PX) 등 고부가 화학제품을 키운 것이 도움이 됐다.


정유4사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올해 '비정유사업'에 대한 투자도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업이 불황일 때는 물론 호황일 때도 비정유사업의 영업이익률이 4배까지 달하는 등 수익을 견인하자 중·장기적으로 사업구조를 바꾸자며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3일 정유4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각사들이 기록한 영업이익은 총 5조6862억원, 이중 석유화학·윤활유·석유개발 등 비정유사업에서 벌어들인 것이 2조6450억원으로 전체 46%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체 영업이익 2조3792억원 중 1조916억원(45.9%)을 비정유사업에서 챙겼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5년간 3조원 넘게 석유화학사업에 투자해 왔다.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은 1조6000억원을, SK종합화학은 일본 JX에너지와 총 9600억원을 투자해 각각 PX공장을 세웠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은 국내 1위, 세계 6위의 PX 생산량을 보유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정유사업은 시황이 좋을 때 영업이익률 5%, 나쁠 땐 적자도 자주 나는 반면 화학사업은 영업이익률 12~13%, 윤활유는 15~20%까지 수익이 나는 알짜 사업"이라며 "올해도 화학·배터리·석유개발에 3조원 투자키로 했다"고 말했다.

에스오일(S-OIL)은 비정유부문 영업이익이 정유부문을 뛰어 넘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총 1조2489억원 영업이익 중 7792억원(63%)이 비정유사업에서 나왔다. 영업이익률은 정유부문이 5.3%인 것에 비해 석유화학 부문 22.4%, 윤활 부문 35.5%로 4~7배에 달한다. 에스오일 관계자는 "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저조하고 품질 차별화도 제한적"이라며 "석유화학 쪽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비중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1조4094억원 중 6178억원(43.8%)이 비정유부문에서 발생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총사업비 500억 원을 투자해 여수 제2공장에 연간 400톤 규모의 바이오부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데모플랜트를 착공했다. 내년부터는 멕시코법인에서 복합수지 제품생산을 시작해 2020년까지 연간 5만톤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상업용 탱크터미널 사업에 진출하는 등 비정유사업 확대를 통한 수익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현대오일뱅크 자회사인 현대오일터미널 등이 거둔 비정유부문 영업이익은 총 1564억원으로 전체의 21.9%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