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 1순위 '에너지'…OPEC은 '부글부글'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독립'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면서 산유국과 미국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산유국들은 유가를 부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생산량 감축에 나섰지만, 미국은 자국 내 에너지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혀 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국제 유가는 석유화학 산업 뿐만 아니라 운송, 중공업, 소비자물가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23일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6개의 국정 기조를 내놨다. 이 중 에너지 정책은 가장 상위에 올라와 있다. 미국 내 에너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OPEC(석유수출국기구)과 적대국 등에서 생산된 외국산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50조달러 가치로 추정되는 셰일가스와 천연가스, 미국산 원유 등을 적극 시추할 예정이다.


이는 유가를 올리기 위해 감산에 힘써 온 산유국들의 행보와 정 반대되는 것이다. OPEC 회원국 13곳은 지난해 11월30일 일일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고, 러시아를 비롯한 비OPEC 산유국 11곳도 12월10일 일일 55.8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합의 당시에는 실제로 생산이 줄어들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산유국들은 감산 합의 한달만에 목표 달성에 근접하고 있다. 22일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말 원유 감산 합의 이후 일일 생산량이 150만배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덕분에 유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감산 합의 이전 45달러대였던 유가는 현재 52달러대로 뛰어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에너지 공급을 늘리게 되면 원유 가격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두번째로 큰 OPEC 원유 수입국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OPEC로부터 하루에 300만배럴을 수입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일 평균 108만배럴을, 베네수엘라는 73만3000배럴을, 이라크는 40만배럴을 미국에 수출해왔다. 이러한 미국이 수입량을 줄이면 산유국들이 감산에 나서더라도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셰일업체들이 생산을 확대하게 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WTI의 최근 1년간 장중 최고 가격은 56.24달러다.

그러나 낮은 유가가 꼭 미국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계획처럼 미국 내 원유 및 가스 기업들이 원활하게 시추에 나서고 고용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이 채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이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글로벌 원유가 배럴당 50~55달러에서 이익을 낼 수 있고, 배럴당 56~57달러에서 미국의 많은 셰일가스 기업들이 완벽하게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OPEC 국가들은 미국이 상호의 이익을 추구하길 요구하고 있다. 넬슨 마르티네즈 베네수엘라 석유 장관은 "수출 물량은 유지될 것"이라며 "에너지는 많은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이를 유지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고 말했다. 칼리드 사우디 장관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한 글로벌 에너지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원유 가격 회복이 미국 기업, 산업 회복을 돕고 있어 미국은 OPEC의 감산 합의에 수혜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