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수·삼수·칠수…불황에 고개드는 불법 사금융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 지면서 불법 사금융이 다시 고개 들고 있다. 일정 기간을 설정하고 이자를 포함해 대출금을 날마다 갚는 일수에서 3일에 한번꼴로 갚는 삼수 등 다양하다.

하지만 불법 사금융은 자칫 수백%에 달하는 고금리에 불법 추심까지 당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연체 등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시민단체 등을 통해 구제를 받는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3일 서울 동작구·용산구 등의 주택가에 뿌려진 카드 형태의 '대출전단'을 살펴보면 일수·삼수, 급전 맞춤대출, 자영업자 우대, 업소종사자 가능, 신용불량자 가능 등의 문구만 적혀 있다. 사업체 이름, 등록번호, 이자율, 영업소 주소 등이 기재되지 않은 불법 전단인 것.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길거리에 뿌리는 대출전단은 대부분 사채업자 광고로 보면된다"며 "정식 대부업체는 이 같은 광고를 할 수 없는데 정식 등록 여부는 대부금융협회,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형 대출 전단에는 휴대전화 번호만 있고 다른 정보는 거의 없다"며 "대출금 분납 형태에 따라 일수, 삼수, 칠수 등 다양한데 불황으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나 금융정보가 부족한 젊은층이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고금리와 불법추심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이정도면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에 불법 사금융에서 돈을 빌리는데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제도적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형구 국장은 "일수 등의 사금융은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이자율이 법으로 정한 한도보다 높다"며 "경기가 침체되면서 불법 사금융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법적 보호가 쉽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경찰은 무등록 대부업자 이모씨(22)·김모씨(22) 등 2명을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채무자 A씨(22·여) 등 27명을 상대로 57차례에 걸쳐 9700만원 가량을 빌려주고 연이자율 최저 300%에서 최대 1010%까지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수 명함을 뿌려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줬다.

전문가들은 연체 발생 시 관련 상담 등을 통해 피해 구제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헌 법무법인 천고 변호사는 "법적으로 개인회생신청 시 사채도 포함할 수 있다"며 "과도한 이자 부분을 면제해주는 등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으나 이후 협박 등 추심 문제는 또다른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법정이자보다 이자율이 높거나 과도한 추심의 불법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데 본인이 관련 기관 상담 등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