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측 "박연차 돈 받을 이유도 시간도 장소도 없어"(상보)

박민식 새누리당 전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23만불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에서 금품 수령 의혹을 보도한 한 주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7.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반 전 총장이 박 회장을 강하게 비난한 당일 일기장을 공개하고 당시 현장에는 반 전 총장도, 박 전 회장도 도착하지 않았고, 주고받을 이유도 장소도 없었다며 자료를 다수 제시했다.

반 전 총장 측은 당시 행적과 사진자료를 통해 양 측의 시간 알리바이를 대조했지만 대부분이 정황증거에 그쳐 의혹의 핵심인 반 전 총장과 박 회장의 만찬 한 시간 전 도착 여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기문 캠프 네거티브 대응담당 박민식 전 새누리당 의원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반 전 총장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언론보도는 장소와 시간, 물증 면에서 단 한 가지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유령들이 등장하는 소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이날 핵심 물증으로 반 전 총장의 2004년 5월 3일 당시 일기장을 공개했다. 박 전 의원은 일기장 실물과 확대 복사본을 카메라 앞에 공개하며 "반 전 총장의 내밀한 부분이어서 공개를 망설였지만 핵심적인 증거가 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일기에 "베트남 장관 방한 만찬 손님 중 부산에서 사업을 하면서 베트남 명예총영사인 사업가가 있었는데 대통령의 후원자를 자처하는 인물로 태도가 불순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고 적었다. 이어 "모든 사람이 불편해하는데도 폭탄주를 강권하고 분위기를 망치는데, 이런 사람이 대통령과 가깝다고 돌아다니니 대통령에 큰 누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적었다.


반 전 총장은 해당 사업가의 이름을 공란으로 남겨뒀다. 박 전 의원은 해당 사업가를 박연차 회장으로 특정하고 " 반 전 총장이 이름을 비운 것은 일기를 쓸 당시 그 사람 이름을 몰랐기 때문"이라며 "반 전 총장은 박 전 회장을 그때 처음 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날 23만불을 준 사람을 일기에 혹평하는게 상식에 맞느냐"고 지적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전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23만불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 전 의원은 의혹의 핵심인 반 전 총장과 박연차 회장이 만찬 한 시간 전에 도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보도사진과 일정표를 증거로 들어 해명을 시도했다. 당시 만찬 전 정원에서 열린 칵테일 스탠딩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고 "반 전 총장의 당일 일정을 보면 빨라도 6시 40~50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며 "그런데 사진에 보면 당시 명예총영사고 주빈인 박연차 회장이 사진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칵테일 스탠딩 전체사진을 영상전문가에 의뢰해 분석했더니 이 사진은 플래시를 사용해 촬영한 것이며, 음영 등을 종합하면 일몰 전후에 찍힌 사진이었다"며 "당일 일몰 시간은 오후 7시 34분이며, 의혹제기 기사에 따르면 만찬 예정시간 한 시간 전인 6시에 도착했어야 할 박연차 회장은 7시 34분 전후에도 도착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의원은 이 외에도 △뇌물에 대가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공관에 별도로 만날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점 △상당한 부피였을 현금을 50명 이상의 참석자들에게 들키지 않고 주고받기 어려웠다는 점 △뇌물을 주고받기 전에 전혀 친분관계가 없었던 점 등을 주장하며 기사가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의 일기장이 공개되는 등 의혹 해명 내용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박연차 회장의 도착 시간 등 핵심 알리바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이나 박연차 전 회장의 모습이 찍인 형상 등 분명한 증거가 아닌 정황증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박 전 의원은 "12년 전 상황을 동영상으로 찍어 남겼을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합리적인 상식을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처음 만난 사람에게 돈을 받고, 그에 대해 일기장에 불쾌한 감정을 토로했다는 것은 합리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박민식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박연차 23만불 수수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 전의원은 한 주간지가 보도한 반기문 전 총장의 박연차 회장 23만달러 수수 의혹 보도는 허위 사실이라며 금품을 수수했다고 알려진 시각 반 전총장과 박 회장이 만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