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하자 시장은 신중모드…현금 보유 늘리고 하락 베팅

머니투데이

이보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뒤 시장은 '트럼프 랠리'를 멈추고 신중 모드로 전환했다. 투자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으면서 현금 보유를 늘리고 증시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17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의 현금 보유 비중은 지난해 12월 4.8%에서 이달 5.1%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치인 4.5%를 웃도는 수치다. 매니저들은 조사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나타날 미국의 무역 전쟁과 중국 위안화의 평가 절하를 가장 큰 우려 사항 중 하나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더 비관적인 투자자들은 뉴욕 증시 하락에 베팅을 늘리고 있다. 금융분석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최대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500에 대한 매도 포지션은 19일 기준 329억달러(38조4272억원)를 기록했다. 전주의 308억달러보다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매도 베팅이 증가했다.

뉴욕 증시에서 대선 이후 상승세를 탔던 금융주는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KBW나스닥 은행지수는 20일까지 5거래일간 2.8% 떨어졌다. EPFR에 따르면 18일까지 일주일간 글로벌 금융주 펀드에서는 7억49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자금이 유입세를 보이다 유출로 돌아선 건 17주 만에 처음이다. WSJ는 투자자들이 대선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에 다소 확신을 잃은 증거라고 지적했다.

시장의 변동성은 증폭됐다. 지난주에는 '공포지수'라 불리는 변동성지수(VIX)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VVIX가 급등세를 보였다. BOA에 따르면 VIX가 수년 만에 최저에 머물고 있음에도 VVIX는 2006년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재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미국 경제전망 기대가 후퇴된 걸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투자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를 줄이는 대신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투자자들은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와 유럽 선거 등 글로벌 정치에 대한 전반적 불안 요인을 관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