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힘싣는 SK…부품 소재 사업다각화에 총력

SK그룹이 23일 6200억원을 들여 반도체 주재료로 쓰이는 웨이퍼 제조업체 LG실트론의 지분 51%를 인수키로 한 것은 반도체 사업다각화와 수직계열화를 통한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의 자리를 확고히 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메모리 반도체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SK그룹은 지속적으로 부품, 소재 경쟁력 확보에 나섰고, 이번에 LG실트론을 인수함으로써 반도체 부품 소재의 사업다각화 및 수직 계열화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원판(웨이퍼). SK하이닉스는 LG실트론 등이 생산하는 웨이퍼를 가공해 반도체 칩을 생산한다. 사진은 300mm 웨이퍼.

이날 오후 SK㈜와 ㈜LG가 전격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51%의 지분을 6200억원에 매매하기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주요 고객사들에게는 이같은 거래에 대해 사전에 설명했다는 게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는 기존 고객들과의 거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SK㈜는 이미 지난해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반도체소재 사업에 진출했고, 이번 LG실트론을 통해 사업 다각화와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LG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웨이퍼를 생산하는 업체"라며 "SK그룹이 이미 '캐시카우'로 SK하이닉스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사업다각화와 수직계열화를 이뤄 관련 사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LG실트론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지역별 매출 비중은 국내 54%, 아시아 31%, 기타지역 1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지역 매출에서 SK하이닉스라는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해 상호 윈윈하는 시너지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가 3분기까지 반도체 웨이퍼 구매대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3550억원이다.

SK 관계자는 "향후 글로벌 기업과 추가적인 사업 협력 및 해외 시장 진출 등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종합소재 기업의 비전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의 SK하이닉스의 경쟁 심화 가능성에 대해서 업계 전문가는 "LG실트론의 약 8000억원의 매출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 부분이어서 거래 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SK의 실트론 인수가 양사간 경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LG실트론 지분은 ㈜LG가 51%를 보유중이었으며, 나머지 49% 가운데 채권단이 29.4%, KTB PE가 19.6%를 각각 갖고 있었다. 이번에 SK㈜가 인수하는 지분은 LG실트론이 보유하고 있던 51%다.

LG실트론은 1994년 LG와 동부가 51%대 49%로 합작 설립한 이후 2007년 말 동부그룹이 갖고 있던 LG실트론 지분 49%를 FI(재무적 투자자)들이 7100억 원에 인수했었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을 향후 SK가 인수할 지 등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