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국세청 별관+대한성공회 앞마당 내년에 '시민광장'으로

서울 중구 옛 국세청 별관과 대한성공회 앞마당에 조성될 '통합 시민광장' 조감도. /제공=서울시.

서울 중구의 옛 국세청 별관과 대한성공회 앞마당이 내년에 '시민광장'으로 개방된다. 서울시의회 앞 지하보도 출입구는 광장 내로 이전해 보행에 불편을 없앤다.


광장 지하에는 서울 도시·건축의 발전과정을 볼 수 있는 '서울도시건축박물관'도 들어선다. 지하는 서울도서관, 시민청 시청역 등 주변과도 바로 연결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잔재인 옛 국세청 별관 건물을 철거하고 역사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세종대로 일대 역사문화 특화공간 조성사업'의 일환이다.

서울시는 대한성공회와 2014년부터 23차례 협의 끝에 옛 국세청 별관 부지와 바로 옆 대한성공회 앞마당 총 면적 1939㎡를 '통합 시민광장'으로 조성해 내년 하반기에 개방키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근상 대한성공회주교는 2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협약을 체결하고 광장 조성범위, 유지관리, 운영방법 등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본격화한다.


양측 합의에 따라 이미 2015년 5월 옛 국세청 별관과 대한성공회 신관을 동시에 철거, 국세청 별관 부지는 현재 지하층 굴토를 위한 흙막이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세종대로 일대 역사문화 특화공간 조성사업'은 지상은 주변 역사문화 자원과 조화를 이루는 원래의 풍경을 회복하고, 지하에는 도시건축박물관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시는 통합 시민광장과 서울시의회 앞마당, 인근 보도의 바닥재를 통일해 일대를 하나의 열린 시민광장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또 덕수궁 일대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줬던 서울시의회 앞 지하보도 출입구를 통합광장 내로 이전할 계획이다.

광장 지하는 박물관에서 서울도서관, 시민청 등 주변과 원활히 연결되도록 해 보행 여건도 개선할 예정이다.

옛 국세청 부지-대한성공회 '통합 시민광장' 조감도. /제공=서울시.

시는 이 같은 활용계획 수립을 위해 학술용역, 관계 전문가 자문단, 시민 대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 국제 현상공모도 진행해 20개국 80작품을 접수 받아 2015년 10월에 미국 'Terminal 7 Architects(조경찬씨)'의 작품 '서울 연대기(Seoul Chronicle)’를 최종선정했다.

이번 사업은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가려졌던 역사적 공간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덕수궁·정동으로 이어지는 일대를 19세기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역사문화명소로 조성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덕수궁·정동 일대는 3·1운동, 4·19혁명, 6월 민주항쟁의 중심지로 민의가 발현된 장소이자 서울 시민의 대표적인 소통문화공간이라는 것.

옛 국세청 별관 부지는 고종의 후궁이자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황귀비의 사당(덕안궁)으로 사용되다 1937년 일제가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를 건립하면서 덕수궁, 성공회성당과 서울광장을 연결하는 '경관축'이 막히게 됐다.

이후 1978년부터 국세청 남대문 별관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시는 국세청 별관 철거를 위해 당시 소유자였던 국세청과 협의해 2014년 2월 해당 부지와 청와대 사랑채 내 시 부지 교환을 추진, 2015년 5월 소유권 이전을 마쳤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1926년 지어진 건축물로 1978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35호'로 지정됐다. 주교관 앞에는 6·10 민주화 기념비가 놓여 있다.

박 시장은 "대한성공회와 협력해 일제에 가려졌던 우리 근‧현대사의 역사적 공간을 시민 품으로 돌려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김근상 대한성공회 주교도 "이 작은 공간이 너와 나,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성찰과 소통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