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1년, '특화' 증권사 성공률도 '절반'

금융위원회는 24일 여의도 예탁결제원 서울사무소에서 크라우드펀딩 출범 1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임종룡 위원장은 크라우드펀딩 우수 기업과 중개업체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참석자들과 기념떡을 잘랐다. 사진은 임 위원장이 기념사를 하는 모습.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올해는 인력·정보력·네트워크를 갖춘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합니다."

24일 열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 출범 1주년 기념식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내놓은 주문이다. 중개업자 중 사업 아이디어 분석 능력과 자금 조달 경험이 나은 증권사들에 거는 기대가 드러난 대목이지만, 아직 증권사들의 크라우드펀딩 성과는 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아이디어는 총 121건이었다. 투자자 수는 7172명, 조달금액은 180억원으로 당초 목표 금액(388억원)의 46.4%를 조달하는 데 그쳤다.

현재 등록된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는 총 14곳. 이 중 증권사는 코리아에셋·IBK·유진·키움·KTB 등 5곳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중개실적 역시 다른 중개업자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증권사 중 지난 한 해 동안 펀딩 성공 건수가 11건으로 가장 많았던 코리아에셋은 총 22건의 펀딩을 시도, 5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IBK투자증권은 21건 중 10건, 유진투자증권은 3건 중 3건, KTB투자증권 3건 중 2건, 키움증권은 2건 중 1건을 성공시켰다. 5곳 증권사 모두 합쳐 약 52.9%의 성공률로, 아직 임 위원장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결과다.


지난해부터 대형 증권사들이 인수·합병(M&A)과 자기자본 확충 경쟁에 속도를 내는 와중에 중소형사들은 새로운 먹거리 중 하나로 크라우드펀딩을 선택했다. 크라우드 펀딩 자체에서 나오는 수익은 높지 않지만, 펀딩 성공 기업들이 향후 코스닥 시장이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더 큰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큰 그림'이었다.

그러나 실제 성공 건수가 각 증권사별로 한 자릿수 안팎에 그치면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증권업의 자체 역량을 활용하기 어려운 규제 환경을 문제삼는 이유다.

우선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일반 개인 투자자의 투자 한도는 한 기업에 최대 200만원, 연간 500만원에 그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투자자 중 절대 다수가 일반 개인투자자인데, 투자 한도가 지나치게 작으면 투자자 입장에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처를 찾는 개인 고객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투자 한도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광고 규제 완화 역시 숙원 과제다. 현재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투자자들은 중개업자의 홈페이지에서만 펀딩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증권사들로선 이미 구축하고 있는 다양한 광고 수단을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금융위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포털, 유튜브 등을 통해 광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된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