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개편에 다시 떠오른 '조세정의론'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정부가 다수의 지역가입자 소득이 파악되지 않는 문제를 뒤로 한 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조세정의' 실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보료는 조세가 아니지만 소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맥락이 통한다.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국세청은 소득자료를 95% 이상 갖고 있다"며 "자료를 (보건복지부가) 받는지 못 받는지는 정부 의지 문제"라고 말했다.

이 주장은 정부가 지역가입자들의 소득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추진한 데 대한 비판이다. 정부가 파악하는 자영업자 소득파악률(2014년)은 75% 수준이다. 지역가입자의 50%는 과세 자료가 없다. 소득이 '0원'으로 잡힌다는 말이다. 그나마 자료가 있는 사람의 절반도 연 소득 신고액이 500만원(필요경비 60~90% 공제 후) 이하다.

정부 개편안이 시행되면 첫해 보험금 수입이 지금보다 9089억원 적게 들어온다. 시행 7년째인 2024년에는 감소액이 2조3108억원으로 껑충 뛴다. 수입 감소를 벌충하려면 전체 보험금의 80% 이상을 감당하는 직장인들 위주로 부담을 떠넘기거나 정부 재정에 손을 벌려야 한다. 소득 파악부터 제대로 하라는 요구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이름의 박근혜 정부 조세정의 실천은 선언적 구호에 그쳤다.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으로 거의 유일하게 등장한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 과세는 2014년 마련됐지만 유예를 거듭하다 2019년으로 미뤄졌다. 집주인들의 조세저항을 의식한 결과다.

이런 점에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3단계에서 피부양자 자격 박탈을 위한 소득 조건이나 직장인의 월급 외 소득 출발선을 2000만원 초과로 잡은 건 우연이 아니다. 다주택자로서 월세 수입이 전부인 피부양자와 직장인 다주택자 다수가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 과세 대상과 겹칠 수 있다.

복지부는 공평한 건보료 부과 기반 마련을 위해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과 협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주인, 더 넓게는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인식 변화 없이 '건보료 정의'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영세 치킨집 주인도 세금을 내는데 임대소득자가 세금을 내지 않는 건 말이 안된다"며 "임대소득자 대부분은 건보료를 낼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