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호황' 편의점, 상비약 확대 추진…제2의 도시락?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약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보건당국이 편의점 판매 의약품 가짓수 확대를 검토하면서 불황 속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는 편의점업계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도시락 등 판매품목 다변화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고 있는 편의점이 다양한 상비약을 구비할 경우 매출 시너지가 커진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13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24일 밝혔다.

복지부는 내달 중 의약품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10명 안팎으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품목 조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오는 6월까지 고시를 개정할 예정이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약국이 문 닫는 심야·공휴일 의약품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일반의약품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한 것으로 2012년 11월 도입됐다.


현재 판매가 허용된 품목은 △해열진통제(5개 품목) △감기약(2개) △소화제(4개) △파스(2개) 등 13개 품목.

상비약 공급량은 2013년 154억원에서 2014년 199억원, 2015년 239억원으로 연평균 24% 증가했다. 구매 경험 비율 역시 2013년 14.3%에서 29.8%까지 높아졌다.

복지부는 상비약 제도 시행 평가 및 국민 수요 조사 연구 결과, 관련 단체 의견, 안전성 검토 결과 등을 바탕으로 편의점 상비약 품목을 조정할 계획이다.

수요조사에 따르면 상비약 품목 수에 대한 설문에서 '현 수준이 적정하다'는 의견은 49.9%, '부족하므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43.4%였다.

확대 의견을 가진 응답자는 추가되기를 바라는 품목으로 연고(21건), 다양한 해열진통제(16건), 일반의약품 전체(16건) 등을 꼽았다.

연구용역을 맡은 최상은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는 현재 상비약으로 지정된 해열진통제(현재 5개), 감기약(2개)의 품목 수를 확대하고 화상연고와 인공눈물, 지사제, 알레르기약을 신규 지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날 복지부 발표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상비약 품목 확대 계획을 철회하라며 강력 반발했다. 약사회는 성명을 내고 "정부의 상비약 품목 확대 계획은 의약품 판매 관리의 허점과 불법적 판매 행태를 개선하지 않고 계속 방관자적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약국 문을 너무 일찍 닫아서 상비약이 필요하다"며 편의점 상비약 조정에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누리꾼들은 "일본 편의점처럼 상비약이 많았으면 좋겠다" "인공눈물, 알레르기약 정도는 들여놔도 되지 않나. 건조증이나 비염이 가끔씩 너무 심한데 약국은 문닫고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도시락, 커피 먹으러 편의점에 자주 가는데 상비약 종류가 다양하면 한 곳에서 다 해결돼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편의점 수는 총 3만4000여개로, 2013년 2만4859개에서 3년간 9000개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편의점 시장의 총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19.3% 성장한 20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편의점CU 매장을 찾은 고객이 간편식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BGF리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