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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영국 첩보원 제2의 인생…"기업 첩보원"

머니투데이 조성은 인턴기자 |입력 : 2017.01.27 08:00|조회 : 1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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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영국 스파이 007 '제임스 본드'는 퇴직 후 어떤 인생을 살까?

지난 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기 며칠 전 트럼프가 러시아에서 퇴폐행각을 벌였다는 의혹이 담긴 정보 문건이 공개되면서 미 정계에 한바탕 큰 소동이 일었다.

이 정보 문건에는 트럼프가 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방문했을 당시 매춘부들을 호텔 방으로 불러 섹스파티를 벌였으며 러시아 정보기관이 그 증거를 갖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그 분량만 35쪽에 달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핵폭탄급 ‘트럼프 X파일’이 되는 셈이다.

트럼프는 문제의 문건이 공개되자마자 즉각 "가짜뉴스"라고 반박에 나섰지만, '트럼프 X파일'의 작성자가 영국 정보기관 MI6의 전직 첩보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의혹이 전혀 신빙성이 없는 정보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됐다. 영화 007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바로 MI6 영국 첩보원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X파일을 작성한 크리스토퍼 스틸(Christopher Steele)은 영국 MI6 출신의 전직 스파이로, 트럼프 관련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해 첩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중의 관심은 전직 영국 첩보원 스틸에게로 쏠렸고 나아가 퇴직한 영국 스파이들의 제2의 인생의 민낯이 언론에 하나 둘씩 소개됐다. 2015년 개봉한 영화 007 ‘스펙터’편에서도 제임스 본드가 마지막에 MI6를 떠나는 장면이 나오자 팬들은 제임스 본드의 제2의 인생에 큰 궁금증을 품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영국 스파이 출신들이 퇴직 후 사설 조사업체의 '기업 첩보'(Corporate Intelligence 혹은 Business Intelligence) 업무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X파일'을 만든 스틸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 첩보원이 퇴직한 영국 스파이들 사이에서 인기직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고도로 정교화 된 수사 역량으로 기밀 정보 네트워크 접근이 용이한 스파이 출신들이 고급 정보 채굴 능력 측면에서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의 기밀 정보를 쫓는 일 역시 그 타깃만 바뀔 뿐 테러리스트와 독재자들을 쫓던 스파이 시절의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영국 사설 조사업체 인터내셔널 인텔리전스(International Intelligence)의 CEO 알렉스 봄버그(Alex Bomberg)는 “전직 스파이들의 정보 발굴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스파이 출신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 첩보원으로서 받는 높은 보수도 스파이들이 영국 정보기관을 떠나 사설 조사업체로 이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 정보기관의 스파이는 밤낮 없이 격무에 시달리는 것에 비해 초봉이 약 3만 파운드(4400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사설 조사업체로 이직하게 되면 보수가 바로 2만 파운드(3000만원) 오르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기에 상당수의 스파이들이 10년 이내에 정보기관을 떠나 제2의 인생을 모색하고 있다.

전직 MI6 출신이 세운 사설 조사업체 해클루트(Hakluyt)는 2015년에만 4천500만 파운드(6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클루트에 조사를 의뢰해 40쪽짜리 보고서를 받아 보려면 통상적으로 10만 파운드(1억5000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고액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이들에게 기밀 정보 조사를 의뢰하는 기업고객들의 수요는 많다.

해클루트와 같은 사설 조사업체에서 기업 관련 기밀 정보를 수집하는 이들은 전직 스파이, 외교관 또는 사업가들이다. 이들은 세부 정보를 거르고 데이터들끼리 대조해 보는 작업을 거치면서 신뢰성 높은 정보를 찾아낸다. 이들의 정보 발굴 활동은 상당히 전문화 돼 있고 숙련을 요하는 일이다.

기업 첩보원들이 조사한 기밀 정보는 기업이나 투자자 간의 상업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 문서나 증거로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파트너십을 체결할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 예로 영국 정보기관 스파이로 일한 전력이 있는 33세의 카메론 코훈(Cameron Colquhoun)은 기업 인수합병(M&A) 대상을 물색하고 있던 한 통신사로부터 상대방인 피합병기업의 재산 상태를 파악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이에 코훈은 조사과정에서 피합병기업의 자산공개 리스트에 요트가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그의 폭로로 해당 거래는 파기됐다.

전직 스파이 출신을 고용한 사설 조사업체는 런던, 뉴욕, 워싱턴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 단순한 '카더라' 루머가 아닌 신빙성 높은 확실한 증거를 얻고자 하는 기업들의 수요가 늘면서 이들의 기업 첩보 업무는 그 입지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물론 스틸과 코훈처럼 퇴직 후 사설 조사업체에서 첩보원 시절에 갈고 닦은 역량을 발휘하는 전직 스파이들도 있지만, 인권단체의 강사나 카페·꽃집주인이 되어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한 삶의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도 있다고 코훈은 밝혔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월 26일 (17:16)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조성은
조성은 luxuryshine7@mt.co.kr

제일 잘 익은 복숭아는 제일 높은 가지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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