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일, 최순실 지시 적힌 메모 법원 제출…증거 채택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지시가 적힌 메모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 역시 이를 증거로 채택해 최씨 혐의 입증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의 심리로 열린 최씨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노씨는 최씨가 직접 작성한 '포스트잇' 메모 원본 5장을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다.

이 메모에는 '무주·대구 배드민턴·인천·하남·세종·강원' 등 '5대 거점 종합 스포츠클럽'과 관련된 구체적인 위치가 적혀있었다. 또,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과 관련된 메모를 비롯, 포스코 스포츠단 창설 계획, 포스코 스포츠단 창설안, 포스코의 스포츠 종목 현황 및 문제점 등이 적혀있었다.

노씨는 "최씨가 제게 메모해 준 포스트잇"이라며 "최씨가 메모를 하면서 지시한 것으로, 필적 감정을 해도 된다"고 밝혔다.

최씨는 그동안 K스포츠재단 운영에 관여한 바 없으며 대기업 출연 강요 의혹에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날 제출된 포스트잇은 최씨가 직접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 증거로, 최씨가 재단을 사실상 운영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최씨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는 포스트잇의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입수 자체가 불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노씨는 "최씨가 더블루K 사무실에서 회의 시간에 포스트잇에 써 바로바로 준 것"이라며 "나를 그렇게 나쁜 놈으로 보지 말아 달라, 이 자리까지 오기 힘들었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 섰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 메모를 증거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처럼 포스트잇에 그 기재가 있다는 것"이라며 "증거 범위·증거 능력이 인정되는 것으로 채택을 하겠다"고 밝혔다.

최씨는 재판이 끝날 무렵 발언권을 얻어 "황당하다"며 "모든 것을 제게 전부 하려는(미루려는) 것 같은데 전 그런 의도로 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K스포츠재단을 제가 직접 운영해 사익을 추구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앞으로 밝혀지길 바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