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에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한 일당 적발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매입비용을 부풀려 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절감하려는 자영업자에게 접근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일당을 검찰이 적발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현선)가 26일 조세범처벌법위반 등 혐의로 일당 2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로 일당 중 연모씨(75), 총책 장모씨(70) 등 3명은 구속 기소했다. 다른 16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나머지 4명은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기소 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일명 '자료(세금계산서)상 브로커'로 불리는 이들은 2012년부터 자영업자 214명에게 300억원 규모의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을 알선했다.

연씨는 2012년부터 4년 동안 페이퍼컴퍼니 12곳을 활용해 허위 세금계산서 총 332억원을 발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는다. 총책 장씨는 자영업자 80명에게 총 55억원 규모의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을 알선한 혐의다.

브로커들은 자영업자가 계좌로 수수료(공급가액의 4~10%)를 입금하면 세금계산서 발급에 필요한 사업자 정보와 서류, 수수료를 중간 연결책을 거쳐 총책에게 전달했다.

총책 장씨는 전달받은 사업자 정보를 다시 페이퍼컴퍼니 운영자 연씨에게 넘겨 세금계산서를 발급 받았다.

연씨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매출신고를 한 뒤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고 폐업하는 방식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했다.

브로커들은 허위 세금계산서가 세무당국에 적발되면 자영업자들에게 세무조사 대응 요령을 알려주고 가짜 소명자료를 만들어 주는 등 사후관리까지 했다.

검찰 조사 결과 브로커들은 '자료상 법인-중간 연결책-직접 알선책'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수사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가명으로 활동하거나 가짜 명함을 배포했다. 거래처와 대면하지 않고 전화나 팩스만 이용했다. 알선 수수료는 모두 추적이 어려운 차명계좌로 받는 등 철저히 신분을 숨겼다.

맛집으로 소개돼 유명세를 떨친 음식점 등 매출 규모가 상당한 자영업자들이 이들에게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무서는 이들에게 가산세를 부과했다.

검찰 관계자는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은 불법"이라며 "적발되면 가산세 부과뿐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건전한 상거래를 저해하는 자료상 범행을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