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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팩트]'표절지적'이 범죄?… '도깨비' 작곡가의 이상한 '해명'

'도깨비' OST '표절시비'… 네티즌의 '합리적 의심'인가, 작곡가 '흠집내기'인가

뉴스&팩트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7.02.01 13:31|조회 : 1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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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팩트]'표절지적'이 범죄?… '도깨비' 작곡가의 이상한 '해명'
가수 이승철이 ‘소리쳐’라는 곡을 냈을 때, 표절 시비가 일었다. 영국 가수 가레스 게이츠의 곡 ‘리슨 투 마이 하트’(Listen to my Heart)였다. 단 두 마디의 비슷한 곡절 때문에 표절로 몰고 가는 사태가 억울하다고 ‘소리쳐’ 작곡가는 항변했지만, 이승철은 과감히 저작권을 포기하고 ‘리슨 투…’ 작곡가 이름을 저작권자로 올렸다. 사실상 표절을 인정하며 ‘네티즌의 귀’에 귀 기울인 것이다. 10년 전의 일이다.

장혜진의 ‘마주치지 말자’가 나왔을 때, 수많은 네티즌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주제곡과 비슷하다고 표절 시비를 제기했다. 이번에 ‘마주치지 말자’ 작곡가는 “베낀 적 없다”며 끝내 결백을 주장했다. 이 곡의 표절 시비 부분도 단 두 마디 정도에 불과하다.

‘표절시비’에 일단 ‘부인’…단순화한 음악 흐름에 상존하는 유사성?

1990년대 들어 대중음악계엔 이미 ‘써먹을 수 있는 멜로디는 다 썼다’고 말할 정도로 ‘멜로디 포화’ 상태에 직면했다.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이 점점 ‘대세’로 떠오르면서 리듬이 탄탄해지는 대신, 멜로디와 코드는 단순화 경향으로 흘렀다.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소위 ‘핫’ 하다는 뮤지션들은 이제 4개 코드 이하에서 모든 곡을 조리한다. 다만 그 코드들이 재즈 화성에 기대어 복잡해졌다는 게 과거와의 차이라면 차이다. 십센치, 악동뮤지션, 혁오밴드, 볼빨간사춘기 등 감각 있는 뮤지션들은 대부분 재즈 코드로 멜로디를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곡 작업을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코드가 비슷하다거나 일부분 멜로디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표절 시비’를 제기하는 것은 어쩌면 해묵은 논쟁일지 모른다. 음악은 점점 단순해지는데, 그 안에서 ‘코드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표절이다’라고 문제 제기하는 것은 억측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 작곡가들이 ‘표절 시비’ 논쟁이 붙으면 일단 부인하고 악보를 통해 조목조목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현재 대중음악의 패턴과 무관치 않다. 단순화한 음악에서 비슷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멜로디 한음, 리듬 한조각 다르면 ‘다른 음악으로 봐야 한다’는 게 그들의 시각인 셈이다.

‘도깨비’ OST 표절시비…네티즌의 합리적 의심인가, 창작자 흠집내기인가

드라마 ‘도깨비’ OST에 참여한 이승주 작곡가가 ‘스테이 위드 미’(Stay with me)라는 곡에 표절 시비가 붙자 장문의 해명으로 입장을 나타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악보까지 곁들인 해명에서 그는 역시나 ‘부인’으로 시작해 네티즌의 ‘흠집내기’라며 표절시비 행위를 범죄로 정의했다. 작곡가 대신 가수가 직접 나서 인정하거나 침묵 또는 부정하는 그간의 행태를 넘어선 강력한 조치인 셈이다.

그는 해명에서 “일부 네티즌의 악의적 흠집내기가 도를 넘는 수준”이라며 “한국 대중음악의 창작 문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며, 엄연한 범죄이며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일부 네티즌의 표절 시비가 창작 문화에 악영향을 끼쳤을까. 우리가 표절 시비를 제기할 때, 특히 전문 음악가가 아닌 일반인이 표절 시비를 제기하는 가장 큰 정황은 수학적 분석이 아닌, 원저작품의 재연이다. 어떤 청취자가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이 노래가 어떤 노래를 연상시킨다”는 논리가 표절 시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것이다.

이승주 작곡가는 해명에서 ‘스테이 위드 미’와 비슷한 노래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열거된 노래들은 이 작곡가가 알아보기 쉽게 C키로 조 옮김 한 뒤 메인 테마 4마디 코드를 분석했다.

네티즌이 제기해 이 작곡가가 예로 든 표절 시비 대상 곡들은 앨런 워커(Alan Walker)의 ‘페이디드’(Faded), 존 레전드(John Legend)의 ‘올 오브 미’(All of me), 레드핫칠리페퍼스의 ‘아더사이드’(Otherside),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의 ‘스트롱거’(Stronger), 부레버드 드 에어(Boulevard des airs)의 ‘브룩셀’(Bruxelles) 등이다.

이 작곡가는 ‘스테이 위드 미’에 쓰는 4개 코드(Am-F-C-G)가 나머지 곡들에서도 똑같이 쓰였다며 “구성 음 중 제일 높은 음이 비슷해 유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런 곡들은 찾아보자면 수백 곡이 넘는다”고 했다. 코드 진행이 비슷하다고 표절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억측이라는 설명이다. 또 멜로디와 전체구성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요 선율의 ‘연상’부분이 관건…네티즌의 ‘감성적 동일화’ 중요한 이유

이 작곡가의 말은 ‘음악학’에서는 일리가 있는 얘기다. 하지만 그가 이 줄기에서 크게 놓친 테마가 있는데, 그것이 ‘연상’이다. 앨런 워커의 곡만 제외하고 존 레전드나 켈리 클락슨 등의 나머지 곡들은 유사 부분이 전체 노래의 ‘양념’ 정도로만 쓰여 그 곡을 들었을 때 이 테마가 전체 곡에서 차지하는 주요 역할을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앨런 워커의 곡 ‘페이디드’는 얘기가 다르다. 특히 ‘페이디드’의 연주곡 버전을 들으면 이 유사 테마가 곡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 선율이 독보적이라는 뜻이다. ‘스테이 위드 미’를 들었을 때, ‘페이디드’를 바로 연상시킨다는 점, 그 아련하고도 슬픈, 몽환적 사운드의 분위기가 그대로 재연된다는 순간의 감상이 표절 시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을 이 작곡가는 놓치고 있는 듯하다.

‘스테이 위드 미’의 가장 중요한 악절은 노래 부분이 아니다. 시작부터 매끈하게 빠진 4마디 전주가 이 곡의 ‘후크’(핵심멜로디)다. 최근 자동차 광고에서 노래 부분 대신 이 4마디 프레이즈를 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페이디드’의 원재료를 구상의 모티브로 삼아, 멋진 곡을 뽑아냈을 것이라는 네티즌의 합리적 의심은 여기서 출발한다. 다양한 리듬의 변주, 각인 효과가 빠른 반복된 멜로디, 그리움을 부르는 감성의 흔적까지 ‘페이디드’가 지닌 원초적 재료의 질감에 빚진 것이 없는지 네티즌이 묻는 게 창작 활동을 방해하는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일일까.

최근의 음악은 곡의 흐름과 구조가 비슷해도 멜로디의 ‘한끝 차이’로 달라진 음악이 새로운 창작물로 둔갑하기 일쑤다. 네티즌의 의견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론적으로 피해갈 수 있는 어떤 모방의 흔적을 다수 네티즌의 감성적 동일화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청취자 의견’, 한국은 ‘멜로디 유사성’…요원한 표절시비 문제

미국 등 음악 선진국의 최근 표절 시비 판정 경향도 ‘청자의 의견(listener’s opinion)’을 우선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에릭 클랩튼의 ‘레일라’(Layla)의 유명한 첫 리프(riff·반복 선율) ‘라도레파레도레’가 산타나의 ‘코라손 에스피나도’(Corazon Espinado)에도 똑같이 쓰이지만, 표절로 볼 수 없는 것은 후자가 전자의 곡을 ‘연상’ 시키지 않아서다.

이 작곡가는 해명 글에서 “8마디 유사성 같은 표절 기준이 이제 사라져서 친고죄로 원작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표절시비가 가려진다”며 “지금은 멜로디를 중심으로 화음과 리듬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적었다.

맞는 말이다. 더군다나, 국내 법원은 표절 판정에서 독창적인 부분까지 유사해도 멜로디가 다르면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하는 구시대적 판결에 묶여있다. 또 원저작자가 친고죄로 고소하고 싶어도 저작권 대행사가 국내에 없어 이 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거나 저작권자가 크게 동요하지 않는 한, 법원까지 갈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그래도 작곡가에게 묻고 싶다. 음악학의 각종 이론으로 상이성을 설명한다 해도, 국내 표절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한다 해도, “정말 이 곡이 저 곡과 너무 비슷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네티즌의 끈질긴 지적을 탓하기 앞서, 자신의 양심에 먼저 물어보는 것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뉴스&팩트]'표절지적'이 범죄?… '도깨비' 작곡가의 이상한 '해명'

김고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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