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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실패한 靑압수수색…법적·정치적 수단마저 통하지 않아

[서초동살롱<153>]형사소송법 조항에 매번 가로막히지만 대책은 없어…정무적 수단마저 가로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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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통보한 3일 오전 청와대 연풍문 앞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충근 양재식 특검보를 태운 차량에서 사람이 내리고 있다.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통보한 3일 오전 청와대 연풍문 앞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충근 양재식 특검보를 태운 차량에서 사람이 내리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에 실패했습니다. 오랜 기간 법리검토를 했지만 특검은 '공무상 기밀'을 이유로 낸 청와대의 불승인 사유서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최순실은 맘대로 드나들었던 청와대를, 영장을 가지고 간 특검이 못넘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들리는 상황입니다.

사실 청와대 경내에 대한 수사기관의 직접적인 압수수색은 그 전례가 없습니다. 청와대가 범죄에 연루된 일이 처음이라는게 아니라, 법이 그렇게 돼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며 내세운 조항은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입니다.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 111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관하여는 본인 또는 그 해당 공무소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공무소 또는 당해 감독관공서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군사상 비밀, 공무상 비밀이 수사기관에 의해 무분별하게 수집, 공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이 조항을 무기로 청와대는 번번히 압수수색을 피해갔습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팀’이 청와대에 대한 직접 압수수색을 시도했을 때,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와대를 압수수색 했을 때 청와대는 매번 같은 이유를 대며 수사기관의 직접 압수수색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청와대 외부 장소에서 자료를 요청해 받아오는 형식으로 자료를 제공했죠. 정윤회 문건 사태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경우 청와대의 입맛대로 자료가 선별돼 제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를 아무런 여과없이 제출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청와대에서 검찰 특수본이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한 자료 중에는 쓸데 없는 부분이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연히 수사기관은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영수 특검팀이 "강한 유감을 표했다"고 한 것도, 모두 수사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간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갈길 바쁜 특검팀이라 더 그렇습니다.

결국 이날 특검팀은 청와대에서는 아무런 자료를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임의제출 형식으로는 안받으니만 못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입니다.

'무소불위' 청와대, 견제할 방법은 없나

청와대는 군사상 비밀, 공무상 비밀을 모두 보관하는 장소입니다. 이 조항대로라면 원천적으로 청와대 및 이와 비슷한 기관들에 대해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는것일까요.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는 같은 단서 조항을 달아놓았습니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특검은 이번 압수수색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청와대를 설득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특검의 반박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공무상 비밀이 있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가 공식 브리핑에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사유를 들어서 판단해야 한다"며 불승인 사유서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설명돼 있지 않다고 강조한 것이 그 방증입니다.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놓고는 수사를 받는 쪽과 수사를 하는 쪽의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누군가 공평하게 판단을 내려주면 좋은데, 이에 대한 판단은 지금까지 피조사기관인 청와대가 해왔습니다. 청와대가 '공무상 기밀이 있다'며 임의제출 형식을 고집하면 수사기관이 쓸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 특검보 역시 "법리검토를 해봤지만 현행법상으론 승낙을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특검은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황교안 권한대행을 압박해 청와대 문을 열겠다는, 정무적인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 비서실장, 경호실장이 관련 법령에 따라 특검의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에 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청와대 압수수색 실패한 특검, 향후 수사는

특검이 발부받은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은 이달 28일까지입니다. 언제든 특검이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직접 압수수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영장 기한 동안 청와대와 씨름할 시간이 특검에겐 없습니다. 특검 수사기한도 연장이 되지 않으면 이번달 말 종료되기 때문입니다.

특검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혐의를 입증하는데 중요한 증거를 확보하려 했습니다. 실제로 청와대 내부 서버 등을 압수수색 할 수 있었다면 특검은 많은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특검은 이날 압수수색 실패로 이같은 '결정적인 패'를 들지 못하고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특검이 처음부터 겨냥한 것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입니다. 함께 엮으려 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이 모두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 특검은 이날 압수수색에 사활을 걸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특검은 청와대에서 원했던 자료를 얻지 못하고 박 대통령을 조사해야 합니다. 박 대통령 조사는 오는 9~10일 중 이뤄질 예정입니다. 특검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일정대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얼마만큼 원하는 진술을 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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