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빈자리는 내가” 새누리 출마선언 러시…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스1

새누리당 잠룡들이 움직인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여권내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다. ‘불임정당’ 이미지를 벗지 못하면 집권 여부를 떠나 보수진영 주도권을 바른정당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작용했다. 새누리당은 이때문에 정당명에도 '보수'를 사용하는 것을 유력하게 고려중이다.

5선 중진인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은 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다. 원 의원은 이날 "'든든한 대통령, 강한 대한민국'이라는 선언"으로 제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다. 원 의원의 출마선언은 새누리당 내에서 이인제 전 최고위원에 이어 두 번째다.

인천시장을 지낸 3선의 안상수 의원도 같은날 '일자리 대통령' 출판기념회를 열고 대선 출마에 대한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안 의원은 "헬조선을 외치는 젊은이들이 결혼과 집, 꿈, 사람답게 사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부족한 일자리가 문제"라며 "국토 개조를 통해 30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김문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출마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경남지사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 조경태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반 전 총장 사퇴로 약해진 충청대망론의 불씨를 살리겠다며 복수의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출마를 저울질하는 정황도 보인다. 출마를 고심중인 이들은 당명개정과 인적청산 등 당내개혁과제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최종결정을 내린 뒤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택 원내대표 역시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을 불임정당이라고 했지만, 다산체제로 들어간다. 다음 주부터 보라. 거의 10명 가까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새누리당이 '다산체제'로 태세를 전환한 이유는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보수 통합의 그림이 한순간에 사라지면서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미국의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를 각각 보수와 진보 구도로 비유하며 "지금 선거구도가 마치 메이저리그 대 마이너리그 구도처럼 그려지는 것을 깨야한다"며 "내셔널리그 대 아메리칸리그를 각각 거치고 나면 월드시리즈에서 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전통 보수층 민심을 먼저 다진 뒤 보수진영 단일화를 이루면 대선에서 야권주자와 겨뤄볼만하다는 판단이다.

자칫 '불임정당'으로 이미지가 굳혀지면 바른정당에게 보수진영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지금 구도는 태극집회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보수세력 20%, 전통적인 진보세력이 20%, 촛불민심으로 대변되는 60%로 볼 수 있다"며 "우리가 전통보수 세력 20%는 일단 잡고가자는 의지가 크다. 야권으로 눈을 돌린 촛불민심 60%는 그 다음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새 당명에 '보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현재까지 '보수당'과 '보수의 힘'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로고도 태극기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바꿀 계획이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회의에서 새로운 당명과 로고를 결정하면 6일 본회의 전에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로부터 최종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 주 중으로 상임전국위를 열어 공식 확정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