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온 수렁에 빠진 KAI…올해도 '결함 쇼크'

KAI 기동헬기 수리온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KUH-1) 양산이 지연되면서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 (48,750원 ▼1,150 -2.30%)산업(KAI)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발표 후 수리온 부품결함 문제가 재차 발생하면서 양산 지연에 따른 실적 쇼크가 올해도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5일 KAI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872억원, 4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2.2%, 38.5% 감소했다.

4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실적 발표에 앞서 증권사들이 예상한 매출액과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와이즈에프엔·2일 기준)은 각각 9501억원, 938억원 수준. 그러나 실제 실적은 예상치를 각각 17.1%, 52.4% 밑도는 어닝쇼크에 가까웠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수리온 2차 양산 지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리온 양산 및 납품 지연에 따른 지연배상금 약 370억원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됐다"며 "약 4개월간 수리온 매출 인식이 지연된 점도 매출 부진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수리온은 KAI가 1조3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국산 기동헬기. 2010년 1차로 24대를 양산했고 2013년 2차 양산 60대를 군과 계약했다. 현재까지 2차 양산 물량 중 50여대를 납품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실시된 '체계결빙 운용능력' 입증시험의 몇 가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난해 8월부터 납품이 중단됐다. 회사는 납품이 늦어진 시간만큼 지연배상금을 지급했고 생산라인도 거의 멈춰섰다.

KAI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2차 양산을 재개했고 3차 양산 계약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양산이 재개돼 올해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4분기 실적 발표 직후 부품 결함이 또다시 발생했다. 시장에선 '수리온 악몽'이 올해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방위사업청은 수리온 2대에서 주 회전 날개를 작동시키는 핵심 부품 '메인로터작동기'(MRA)에 균열이 발생했다며 모든 수리온 운용을 임시 중단했다.

영하의 저온 다습한 환경에서 MRA가 얼었다 녹는 과정 중 균열이 발생했다는 것이 방위사업청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납품 및 양산 중단으로 연결된 체계결빙 운용 기준 미충족과 관련된 것이다. 2차 양산 재개와 3차 양산 계약에 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 수주 역시 연초 목표치 6조5000억원을 크게 밑돈 3조원이었다"며 "정부로부터 해외 신규수주 측면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올해 신규수주 전망이 밝지 못하다"고 말했다. KAI는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치를 각각 3조4031억원, 3401억원으로 제시했다. 각각 전년보다 9.8%, 8% 늘어났다. KAI의 매출액과 영입이익은 2011년 상장 후 4년간 평균 22.7%, 31.3%씩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