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실시간 속보

박근혜·트럼프 '블랙리스트'가 끼치는 경제적 해악

[같은생각 다른느낌]블랙리스트를 통한 문화예술 지원은 고용·부가가치 유발효과를 제한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02.14 06:00|조회 : 7889
폰트크기
기사공유
편집자주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박근혜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1만명에 달하는 문화예술인과 단체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는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이다.

최근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반이민 정책이 겉으로는 국가안보를 내세우지만 실질은 블랙리스트에 의한 종교·인종 차별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라크·소말리아·수단·시리아·리비아·예멘 7개국 국민에 대한 미국 입국을 90일간 금지하고 난민 입국을 120일 동안 불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의 이민 '블랙리스트'인 셈이다.

이에 대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97개 IT기업들은 경제적 역효과를 우려하며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차별적일 뿐 아니라 IT 비즈니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서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 순회항소법원에 제출했다.

기업들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발효되면 IT기업들이 세계 각국에서 우수한 직원을 채용하기 힘들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미국의 화학·의학·물리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중 3분의1 이상과 미국 과학자·엔지니어 2900만명 중 500만명 이상이 이민자이다.

박근혜의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문제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경제에 역효과를 미친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이민 블랙리스트와 공통점이 있다.

그동안 정부는 문화융성을 국정기조로 채택하여 문화 분야 예산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 정부편성 문체부 예산이 5조9104억원으로 전년보다 7.6%, 4156억원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 중 문화예술 부분이 27%, 1조5975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콘텐츠 부분 예산은 14.5%, 8597억원으로 16.1% 증가했다.

문화예술 산업에 정부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질 뿐 아니라 산업연관효과가 커서 부가가치와 고용 증가에 큰 도움이 된다.

지난해 3월 산업연구원의 ‘예술의 국민경제적 위상과 고용 및 부가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 기준 문화예술이 다른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0.827로 전산업(0.687)이나 주요 제조업(0.56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문화예술 산업에 대한 최종 수요가 10억원 증가했을 때 고용 유발효과는 12.7명으로 전산업(9.0명), 제조업(6.2명)보다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산의 증가로 청년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과는 다르게 지금까지 경제사정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매년 늘어 통계청의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 의하면 2016년 9.8%로 2014년 9.0%에서 증가했으며, 지난해 6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큰 34.2%에 이른다. 또한 경제성장률도 2013년 2.9%에서 지난해 2.7%로 줄었으며 올해도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이 2% 초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화융성을 하겠다던 정부가 정권에 우호적이지 않거나 불만스런 목소리가 나오는 문화예술인과 단체의 지원을 제외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니 문화예술의 고용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블랙리스트를 통한 선별적 지원으로는 문화예술 산업에 예산을 쏟아 부어도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다. 창작성(creativity)과 원천성(originality)을 기본으로 하는 문화예술에 자의적 잣대를 들이대 지원여부를 결정하면 창의성은 떨어지고 경쟁력 있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경제 및 문화예술 전문가 57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문화예술 산업 경기 평가가 다소 낮은 이유 중 하나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감시로 인해 문화예술시장의 다양성 훼손’을 꼽았다. 또한 향후 문화예술 산업을 수행할 때 예상되는 애로사항에 대해 ‘창의인력 부족(18.8%)’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문화예술에 대한 블랙리스트는 가장 능력 있고 발전 가능성 있는 문화예술인이나 단체에 자금이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치성향에 따라 지원여부가 결정돼 자금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한다.

능력이나 발전가능성보다 정부정책 순응 여부에 따라 일부에게 자금 지원이 집중되면 문화예술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저효율, 저급한 문화콘텐츠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문화예술의 고용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기대치에 못 미치게 된다.

K-POP, K-드라마 같은 문화콘텐츠 수출로 식음료, 화장품, 생활용품 등의 관련 산업이 같이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블랙리스트에 의한 문화예술 억압이 경쟁력 있는 문화콘텐츠 생산을 저해해 산업 전반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블랙리스트를 통한 선별적 문화예술 지원은 헌법에 위반하여 문화예술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경기부양에 기여하지 못하고 경제에 심각한 위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크게 잘못된 것이다. 트럼프의 이민 블랙리스트가 비난받는 까닭도 똑같은 이유에서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2월 13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태형
김태형 zestth@mt.co.kr

곡학아세(曲學阿世)를 경계합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실시간 뜨는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