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법인세 감면 세제개혁안 국민투표서 부결

스위스에서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세제개혁안이 부결됐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하 경쟁이 돌입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치러진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세제를 국제표준에 맞추는 세제개혁안이 59%의 반대로 최종 결렬됐다.

이에 따라 스위스 정부와 의회는 새로운 개혁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스위스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투표 부결은 오는 2019년까지 특혜 조항을 없애겠다는 약속이 더 이상 충족되지 못하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수정 세법 개정안을 만드는 데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위스 정부의 이번 세제개혁안은 연방 법인세를 낮추는 대신 다국적 기업들에게 부여하는 각종 세제 혜택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연방세와 별도로 내야 하는 주세(칸톤세)를 낮추고 지적재산권으로 올린 수익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특허 박스제 도입, 15만명 이상을 스위스에서 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혜택 부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스위스의 26개 칸톤들은 연방세와 별도로 12.3%∼24.1%의 칸톤세를 부과하고 있다.

투표에 앞서 지난 6일 스위스 여론조사 기관 타메디아가 2∼3일 유권자 1만399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세제개혁안에 대한 반대와 찬성은 각각 43%와 40%였다. 애초부터 통과 가능성이 불투명하긴 했지만 실제 투표에선 반대가 압도적이었던 셈이다.

세제개혁안 부결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반(反)기득권 기류를 원인으로 댔다. 칸톤세를 감면할 경우 연방정부의 부담이 커지고 이것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중도 좌파 진영의 논리가 설득력을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세제개혁안 부결로 스위스 정부는 유럽연합(EU)의 무역보복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EU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그동안 지주회사, 조인트 벤처 등에 낮은 세율의 세금을 매기거나 칸톤세 등을 면제하는 건 부당하다며 스위스 정부에 세제 개혁 압박을 가해왔다.

다국적 기업의 스위스 이탈도 문제시 될 전망이다. 재무장관은 각국이 치열한 세율 경쟁에 직면한 상태에서 스위스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며 부결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스위스에서 철수하거나 스위스 진출을 취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