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부터 사랑방까지…최인아 책방의 '무한 변신'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에 위치한 '최인아 책방'에서는 강연, 음악회, 소모임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사진=홍봉진 기자

막바지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0일 저녁, '최인아책방'에서는 '불금의 밤'이 펼쳐졌다. 초등학생, 중학생, 어머니, 20~30대 청년, 중장년까지. 70여 명의 사람들이 책방에 모여 공부와 읽기, 생각에 대한 열정을 태웠다. 책방 손님의 제안으로 진행한 이날 공연 주제는 '생각을 시작하자'. 책 '세인트존스 대학에서의 고전 공부'의 저자 조한별씨가 강연자로 나서 공부경험과 생각을 나눴다.

이날 강연은 최인아책방의 기획 강연 시리즈 '모색'의 6번째 시간이었다. 지난해 12월6일 최연혁 스웨덴 린네 대학 교수의 강연을 시작으로 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역사 그날'의 저자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저자 정병석 교수의 강연이 진행됐다. 이달 3일에는 명리학자 강헌을 만나기 위해 50여 명의 독자들이 책방을 찾았다.


최인아 대표는 "책방이 '당신의 서재'인 동시에 책, 담론에 대한 얘기들이 오가는 '살롱'이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런 바람을 담아 최 대표는 책방에서 다양한 행사를 연다.

우선 매주 강연. 주제는 크게 2가지로 '생각'과 '모색'이다. 지난 9월 '생각'을 주제로 진행한 기획 강연 '쟁이의 생각법'에서는 카피라이터 6명이 '어떻게 생각의 씨앗을 심고 꽃을 피우는지'에 대해 시리즈 강연을 펼쳤다.

강연 주제는 최 대표가 직접 선정한다.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이 시대가 옛것은 스러지고 있으나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때라고 생각해요. 이럴 때 우리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생각하고 앞으로 필요한 걸 새롭게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해서 생각과 모색을 큰 주제로 놓고 정치, 사회, 경제 등 인생 이야기를 나누죠."


음악회도 정기적으로 연다. 책방에서 열리는 음악회답게 공연만이 아닌 '이야기'가 함께 한다. '영감이 필요한 순간', '어른이 되어 사춘기를 겪는 방황하는 영혼들에게', '고민이 깊어지는 마흔 살을 위하여', 힘든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살기' 등 주제에 어울리는 곡을 들려주고, 곡 해설을 한다. 2부에서는 최 대표가 연주곡에 어울리는 책을 직접 추천하며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로 이어진다.

책방은 때로는 사랑방으로 변한다. 지난달 30일 설 연휴 마지막 날에는 20여 명의 사람들이 각자 케이크, 한과나 과일, 쿠키 등을 들고 책방으로 마실 나왔다. 하는 일도, 세대도 다른 사람들이 책 그리고 책방이라는 공통 관심사로 모여 책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해 추석에는 '싱글들 모여라' 행사를 했다. 명절이 되면 싱글들이 '꿀꿀하다'는 걸 최 대표도 안다. 역시 중심은 책. 맛있는 브런치를 먹고 다른 싱글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혼자인 듯 혼자가 아닌 듯 책방 주인이 고른 산문집을 받아들고 여기저기 흩어져서 책과 데이트한다.

최 대표는 "책방이 온라인 시대의 또 다른 플랫폼"이라고 말한다.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공간뿐 아니라 함께 모여 강연을 들으며 공부하고 음악회를 열고 때로는 동네 사랑방으로, 특별한 모임 장소로도 쓰인다는 것. 이 모든 일이 '하나의 생각이 또 하나의 생각과 만나 깊고 다양한 생각의 숲을 이루는 광경'을 만들기 위한 최인아책방의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