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비트코인 쓰는 '사이버 마약상'…4년새 13배↑

"최상급 현지 의료용 떨(대마초), LSD(환각제) 팝니다. 국내 전 지역 당일 4시간 이내 받을 수 있습니다. 한 번 구입하면 100% 단골이 될 것으로 장담합니다."


해외에 서버를 둔 인터넷 블로그에 마약 판매자 A씨가 게시한 글 내용이다. 판매자는 미국 보안 메신저인 위커(wickr)로 잠재적 구매자들과 연락을 취한다. 위커는 메시지를 보낸 지 1시간 만에 자동삭제되는 기능을 갖췄다. 대화 내용을 캡쳐할 경우 '캡쳐했다'는 사실이 대화방 참가자들에게 알려지는 기능도 있다.

A씨는 게시글에서 거래 방식과 노하우를 설명했다. 거래 당사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 비트코인을 먼저 받는다.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드랍' 방식으로 물건을 전달한다. '드랍'은 지하철 사물함이나 공중화장실 등 특정 장소를 정해 두고 사전에 약속된 방법에 따라 직접 대면하지 않고 거래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본지 취재 결과, 일반인이라도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간단한 방법으로 마약 판매자들과 연결될 수 있었다.

IT(정보기술) 발달을 등에 업고 국내 마약사범이 매년 증가 추세다. 마약 거래에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악용하는 '사이버 마약상'들이 등장하면서다. 경찰에 적발된 '온라인 거래' 관련 마약사범 숫자는 4년 전에 비해 약 13배로 증가했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단속한 마약류 범죄사범은 8853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7302명)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2년에는 5105명이 적발됐는데 이후로 매년 증가세다.

특히 인터넷과 SNS 등 온라인을 통한 마약거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온라인을 이용해 마약을 거래하다 적발된 사범은 112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마약사범의 12.7%에 달한다. 4년 전인 2012년 총 86명이 적발된 것과 비교하면 무려 1200%(1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마약 판매자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으로 마약을 홍보한다. '떨', '아이스', '얼음' 등 마약을 표현하는 은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연락 수단으로는 텔레그램과 위커, 유튜브 등 외국에 서버를 둔 해외 애플리케이션을 주로 이용한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에 인터넷과 SNS를 모니터링하면서 수사하고 있다"며 "인터넷 게시글들은 확인하는 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량일지라도 구매한 사람은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된다"며 "순간의 유혹과 호기심에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2014년부터 매년 온라인 마약사범 관련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에는 6월부터 10월 사이 집중단속이 예정됐지만 최근 범죄 증가 추세를 고려해 상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