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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스트롱맨과 겨루기

광화문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입력 : 2017.02.14 05:21|조회 : 6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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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듣게 될 여러 비난 중 하나는 “트럼프만도 못한 자”가 될 것이다. 주류언론의 공격을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의 정치에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불확실하지만 모두가 경험했듯이 국제관계에서 철저히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려 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그는 ‘미국 대통령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꿰뚫고 있는 듯하다. “생큐, 삼성”이란 트위터 문구 하나로 ‘검토 중’이던 삼성의 미국 투자를 확정적으로 만든 게 단적인 예다.

윌리엄 포드 주니어 포드 회장이 멕시코 투자계획을 철회키로 했다는 통화내용을 언론에 흘리거나 GM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겠다고 위협해 결국 자신의 뜻대로 되게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독대해가며 팔을 비트는 수고 따윈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서 실리를 취하는 법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를 상대하는 데서 확연히 드러난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일본이 매달린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공식 탈퇴를 선언했고 최근 제약회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일본을 콕 집어 ‘환율문제’를 거론했다. 금융완화와 재정투입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수출을 늘려온 ‘아베노믹스’란 아킬레스건을 겨냥한 다분히 의도적인 포석이었다.

지난해 9월 미국에 들렀을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만 만나고 온 아베는 지난주 ‘조공외교’란 비아냥을 들으며 ‘70억달러 투자-70만개 일자리’ 선물꾸러미를 들고 트럼프를 ‘알현’해야 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힘’도 제대로 인지한 것처럼 보인다. 현대전은 무기로 싸우는 화력전이 아니라 화폐로 벌이는 환율전쟁이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므로 국제 외환시장은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곳이다. ‘평평하지 않은 운동장’의 수혜자는 미국인데도 그는 마치 피해자 코스프레를 했다. 중국과 일본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춰 이득을 취한다거나 달러가 너무 강하다고 언급하는 식으로 구두개입하기도 했다. 언제든지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꺼낼 듯한 제스처도 곁들였다. 미국이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률이 높아지면 달러강세가 될 수밖에 없는데도 짐짓 모른 체하며 ‘예측 불가능성’을 높였다.

그의 발언이 경제와 환율에 대한 무지의 소치든, 중국 등과의 ‘제2 플라자 합의’를 염두에 둔 의도적인 때리기든 간에 그가 말할 때마다 시장은 요동쳤고, 특히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졌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국제 외환시장의 판을 짜지 않았고 주도권도 우리에게 없다는 점이다. 환율의 방향성을 통제할 수도 없고 ‘환율조작’ 의심 때문에 미세조정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운신 폭이 좁다. 원화는 힘이 없고 게임의 룰은 트럼프가 정하려고 한다. 잠재적 대선후보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트럼프에게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광화문]스트롱맨과 겨루기
트럼프는 상대방이 힘이 없고 ‘거래의 기술’에 능숙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더욱더 거칠게 나올 것이다. 내공과 전략, 협상의 기술에서 트럼프에게 밀리면 ‘트럼프만도 못한’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닐 수밖에 없다.

재정을 헐어 표를 얻겠다는 발상만 하는 이들이 외국 정상과 외국 기업을 압박해 자국에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트럼프의 지독한 현실주의를 감당할 수 있을까. 트럼프로부터 ‘아베만도 못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지 는 않을까. 정말 걱정된다.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지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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