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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의 민낯…성폭력사례 쓰고 모으고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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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다해 기자
  • 구유나 기자
  • 2017.02.15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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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_성폭력, 그 후②] 페미라이터·페미위키·푸시텔 등…기록과 연대로 변화 이끌어내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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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 성추행 피해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문단에서 성희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가 지위와 권력을 바탕으로 여성 작가 등에게 신체 접촉을 가했음을 시인하고, 이를 반성하고 사과하는 차원에서 모든 직위와 프로젝트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100일이 넘는 시간의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지난해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태가 공론화되면서다. 문단, 영화계, 미술계 등에선 피해자들의 증언과 사례를 모으고, 기록하고, 저장하는 '아카이빙' 작업이 활발하다. 이번 사태가 소모적인 이슈로 끝나버려선 안 된다는 공통의 뜻이 모인 결과다.

◇ 페미라이터 "피해자들의 목소리, 공적인 담론으로 안착하도록 보관할 것"

'문단 내 성폭력'에 반대하는 작가 행동 '페미라이터'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고, 알리고, 기록하는 '2017 말하기/듣기-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사적인 하소연으로 폄훼되지 않으면서 언젠가 공적인 담론으로 안착하도록, 매개하고 보관하고 저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 백과사전 '페미위키'는 '집단지성'이란 강점을 살려 '문단 내 성폭력' 등 일련의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고 있다. '페미위키'는 여성주의 시각에서 정보를 기록하고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화예술계의 민낯…성폭력사례 쓰고 모으고 쌓는다

◇ 피해자 법률지원 모금 나서고, 연극 주제로 담고…행동으로 이어진 기록

기록에만 그치진 않는다. '#미술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기점으로 출발한 여성주의 행사기획팀 '푸시텔'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모금 활동 '커넥위드'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부터 1달 가량 진행된 크라우드펀딩엔 1200만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 당초 목표는 1000만원이었다.

'푸시텔'측은 "언젠간 곪아서 터져야 할 상처였고 이왕 터졌으면 이 기회에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가) 소비적인 이슈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모금 이유를 밝혔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젊은 연극인으로 주목받는 구자혜 연출이다. 그는 오는 4월 남산예술센터에서 연극 '가해자 탐구_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를 올린다. 문화계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최초로 이 주제를 직접 다룬 작품이다.

작품명 '부록'은 문화계에 만연했지만 기록되지 못하고 배제됐던 사실을 다룬다는 의미다. 연극은 문화계 내부의 위계질서와 가해자의 자기도취로 발생하는 성폭력을 그린다. 피해자들은 부조리를 고발할 경우 창작의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구 연출은 "작품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명예훼손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다"면서도 "SNS와 지인들을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를 지나칠 수 없었다"고 했다.

7일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2017년 시즌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 /사진=서울문화재단
7일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2017년 시즌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 /사진=서울문화재단

◇ "'페미라이터' 통해 작가들 문제의식도 달라져"…변화 이끌어낸 연대

말하고 기록하고 연대하는 행위는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오혜진 문화연구자는 "'페미라이터'를 통해 작가들이 문학의 장 밖에 있는 사람과도 연대하면서 자신도 바뀌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 문단의 여성혐오'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작가들이 방어적으로 대처했는데 '성폭력'이라는 구체적인 현안이 제기되니까 이제는 문제의식을 강렬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강좌를 듣고, 기구나 포럼을 만드는 등 (자신이) 바뀌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한국문학의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시행착오와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작가 자신과 한국 문학의 장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게 (이번 해시태그 운동의) 큰 의미일 것 같아요."

기록과 연대는 또 다른 피해자를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김꽃비 배우, 박효선 감독과 함께 페미니스트 영화·영상인 모임 '찍는 페미'를 만든 신희주 감독은 스스로 성추행 피해자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그 사건으로) 20대 대부분을 자기혐오로 방구석에서 홀로 날려버리곤 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자신의 부족함을 곱씹는 게 하루 일과였다"며 "(지금의 연대활동처럼) 근사한 롤 모델이 있었다면, 마음껏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일찍 들었더라면 그렇게 시간을 아깝게 날려버리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화예술계의 민낯…성폭력사례 쓰고 모으고 쌓는다


◇ "방조자도 책임…'술버릇' 아닌 '범죄'라는 것 기억해야"

피해자 지원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문화예술계 9개 단체가 모여 '여성문화예술연합'을 출범하는 등 진전이 있지만 과제도 여전히 많다. 특히 일련의 사태를 단지 '가해자 개인의 잘못'으로 환원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예술인들의 잘못된 행위를 묵인하고 방조해왔던 이들의 책임을 함께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선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반성과 책임은 가해 당사자만의 몫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술버릇이 안 좋을 뿐 작품은 훌륭한 사람' 이런 식으로 아무 제재 없이 그런 자들을 받아준 게 가장 큰 문제죠. 허물을 들어 알고 있거나 현장에서 목격하고도 본체만체 하잖아요. 성희롱, 성추행 이런 건 술버릇이 아니에요. '범죄'죠."

이 변호사는 "옆에서 (그런 행동을)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면 이런 문화는 지속되지 않는다. 피해자들도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2월 14일 (18:39)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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