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플레이션'에 원자재 가격 급등…車업계 압박

사진=블룸버그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철강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올라 자동차업계의 비용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자동차업계의 올해 걱정거리가 늘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철강, 고무 등 자동차에 들어가는 원자재의 가격을 지수화한 '자동차 상품가격지수'는 최근 1년간 38% 올랐다. 호르스트 슈나이더 HSBC 애널리스트는 이 여파로 유럽 자동차기업의 경우 연간 2억~7억유로(약 8521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자동차업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리플레이션 바람에 주가가 올라 환호했지만 투자자들에게 트럼프 효과는 자동차업종에서 발을 뺄 기회인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리플레이션은 낮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이는 정책 또는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 심지어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위기를 겪었지만 트럼프의 친성장 공약 덕분에 최근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트럼플레이션'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커진 건 일종의 경기회복 신호로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업종에 호재가 된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자동차업체들의 주가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도 띄워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자율주행 등 신기술 개발 경쟁으로 R&D(연구개발) 비용이 이미 급격히 불어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마저 급등하면 자동차기업들의 수익성이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GM은 물론 독일 다임러 같은 회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올해 전체 수익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그러나 업계의 낙관론이 자동차 판매 증가세가 이어진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과 2011년에도 자동차업계의 비용이 치솟은 적이 있는데 당시엔 미국과 중국의 강력한 수요와 업계의 구조조정 노력이 맞물려 충격을 상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판매와 자동차업계의 수익성이 이미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