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억소리' 나는 IFRS17 시스템 구축 '쩐의 전쟁'

보험업계가 오는 5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기준서 확정을 앞두고 속속 시스템 구축에 착수하고 있다. 컨설팅 및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만 각사별로 수백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라 자본확충 압박을 받고 있는 보험사들의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2,615원 ▼35 -1.32%), 교보생명, KB손해보험 (32,800원 ▲50 +0.1%) 등은 외부 컨설팅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IFRS17 시스템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한화생명은 회계법인 삼정KPMG를 통합 컨설팅사로 선정하고, 계리(회계처리) 부분은 보험계리 컨설팅업체인 알앤에이(RnA)에 맡겼다. 교보생명은 EY한영을 컨설팅사로 선정하고 계리 부분은 영국 에이온(AON) 그룹 소속의 계리소프트웨어 전문업체에 맡겼다. KB손보도 통합 컨설팅은 EY한영에 맡겼고 계리 부분 컨설팅업체로는 에프아이에스(FIS)를 선정했다.

국내 모든 보험사는 2021년 시행 예정인 IFRS17 기준서 이행을 위해 부채를 기존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측정하고, 수익을 보험 서비스 경과에 따라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거나 변경해야 한다.

IFRS17 시스템 구축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다. 우선 컨설팅을 받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데만 사별로 최소 100억원대에서 많게는 3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인력에 대한 인건비 등 간접비용을 포함하면 대형사 기준으로 IFRS17이 시행되는 2021년까지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 같은 비용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형사들은 개별적으로 시스템 구축에 나서지 못하고 보험개발원과 함께 공동 시스템 구축을 시작한 상태다.


공동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보험사들도 기준서 확정이 세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컨설팅 업체 선정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 부담에 IFRS17 시스템 구축과 관련한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곳이 일부 대형 회계법인과 계리법인으로 제한적이라 섭외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이미 몇몇 업체에 컨설팅 의뢰가 중복되면서 보안 등에 관한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컨설팅 업체별로 컨소시엄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회사가 컨설팅을 진행하더라도 보안이나 기밀 등의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외부 컨설팅사는 같은 내용의 컨설팅으로 여러 보험사로부터 수백억대 비용을 받으니 회계기준 변경이 결국 회계법인 배 불리는 일이라는 얘기가 나올 지경"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