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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귀족노조'의 정체성 혼란을 피하는 해법

[인터뷰] 신간 '가 보지 않은 길' 낸 송호근 서울대 교수… 현대자동차 내부조직에서 한국경제의 미래를 읽다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7.02.15 05:43|조회 : 2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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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14일 신간 '가 보지 않은 길'을 펴냈다. 송 교수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quot;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내부조직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고 싶었다&quot;며 &quot;노조의 기업 시민화와 승진 인사 제도를 통한 열망 되찾기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quot;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나남출판<br />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14일 신간 '가 보지 않은 길'을 펴냈다. 송 교수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내부조직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고 싶었다"며 "노조의 기업 시민화와 승진 인사 제도를 통한 열망 되찾기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나남출판
"옛날 사회조직으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상황, 이게 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얼굴입니다. 사회적 고립을 통해 집단적 이익만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의 역할이 열망과 소명의식, 조율(협동의식)의 가치를 죽이고 있는 셈이죠."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일갈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14일 발매된 그의 신작 '가 보지 않은 길'은 한국 경제의 위기론을 현대자동차 사례를 통해 진단하는데, 그가 조준하는 대상은 경영자가 아닌 노동조합이다.

송 교수는 이날 서울 종로구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사회학자로서 계급의식이 생성된 울산에 주목했다"며 "그곳의 대표적 기업인 현대자동차의 내부를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진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귀족노조'에 대한 액면적 비판은 그간 수없이 제기됐으나, 기업 내부의 사람을 일일이 취재해 현장의 폐쇄성과 부조리를 두 눈에 담은 시각은 처음이다.

"여기 노동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고, 울산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곳으로 이사해 아이 교육을 맡겨요. 작업장에선 노동자로, 밖에선 중산층 이상의 역할로 살아가고 있어요. 여기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은 정체성을 잃고 혼재된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이 계속될 수 있을까요?"

송 교수는 울산의 정체성을 '극과 극의 혼합'으로 정의했다. 겉으로 보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성공한 도시이지만, 내부를 파고들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폐쇄적 공간이라는 것이다.

현대차 '귀족노조'의 정체성 혼란을 피하는 해법
"한국 경제 전반이 그렇지만, 울산 현대자동차는 성공을 견인한 그 요인이 엄청난 위기를 만들어내는 씨앗으로 변했어요. 현대차는 최고의 기술력과 단순 노동력의 결합으로 성공을 이끌었어요. 양쪽 끝이 결합해 성공한 케이스예요. 하지만 지금 조직 내부의 분위기는 신화를 이룩했던 1970, 80년대 그때보다 더 뒤로 가고 있어요."

송 교수의 논리는 인적 자원과 헌신으로 떠받쳐 온 열망 의식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 사라졌다는 얘기다. 단순한 노동직(작업장)에서 중산층(밖)으로 진입이 가능한 열망을 채우면서 정체성 충돌이 일어났다는 것.

현장에선 가난하고, 밖에선 부유한 생활이 가능한 이중생활에서 오는 충돌을 해소하는 방법은 '내부 연소'뿐이었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사회적 고립을 통해 내부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내부 연소인 셈이다.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받고, 고용은 길게 하는 3가지 원칙에 충실한 내부 연소로 열망을 채우는 것이다.

"현대차는 1987년까지 경영자가 작업장을 장악했고, 98년까지 각축전을 치르다 정리해고 이후 지금의 모습을 구축했어요. 해고당한 뒤 돌아온 노동자들은 '헌신했던 기업이 나를 잘랐다'는 적개심으로 노동조합을 전투적으로 구성하고 내부자 연대를 강화했어요. 울산의 작업장에서 관리직은 손끝 하나 댈 수 없는 구조가 돼 버렸어요."

10년 안에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뀔 것이라는 송 교수는 현대차가 '가던 길'에서 '가 보지 않은 길'의 해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노조의 기업 시민화'다. 시민사회와 교류하는 멤버십의 비율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영국은 시민단체와 멤버십으로 교류해서 일하는 인구가 70%인데, 우리는 10%도 안 돼요. 우리 노동자들은 대부분 내부(강의실, 동호회 등)에서 사회를 배우죠. 현대차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그들이 멤버십 활동을 할 수 없는 것은 내부자 연대가 깨지기 때문이에요. 시민사회와 교류가 없으면 남편은 노동, 아내는 교양을 쌓으며 문화자본의 격차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시민단체와 결합해 불우이웃을 돕거나, 청소하는 등의 시민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예요."

현대차 '귀족노조'의 정체성 혼란을 피하는 해법
내부 연소로 얻은 높은 임금은 자아실현의 박탈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송 교수는 "임금은 성공했으니, 이제 승진의 사다리를 만들어 자아실현 부문으로 힘을 분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기술과 장인의 결합으로 '사람'을 앞세운 것처럼, 둘째 해법으로 승진을 통한 기능장 육성 등으로 내부의 열정과 헌신을 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한국 경제 구조의 핵심은 열정이나 조율 같은 의식에 있다"며 "구조조정이 오직 극심한 불황이나 패러다임의 명령만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를 맛보기 전 '가 보지 않은 길'에 대한 선택은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대로 사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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