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재용 구속영장 재청구 강수 배경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고심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강수를 뒀다. 재청구한 영장이 또다시 기각될 경우 특검이 감당해야 할 후폭풍은 상당하다. 법조계에서는 '무리할 필요가 없었는데 특검이 강공에 매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놓고 마지막까지 격론을 벌였다.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될 만큼 수사가 진척됐느냐는 것이 논쟁의 핵심이었다.

형사소송법은 '동일한 범죄사실에 관해 피의자에 대해 전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있을 때에는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취지 및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 위해서는 그 사유를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특검팀 내부에선 뇌물범죄에서 가장 중요한 대가성 입증 여부를 놓고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청탁을 받고 삼성에 특혜를 제공했으며, 삼성은 그 대가로 최씨 일가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삼성이 특혜를 입었다는 정황이 있을 뿐, 박 대통령이 이를 지시했는지 여부,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이 모두 대가성이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었다. 1차 구속영장 청구 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고 여전히 연결고리에 대한 입증은 부족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진 모두 특혜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뇌물수수자인 박 대통령이 특검 조사를 받지 않은 상황인 점 역시 특검에게는 불리한 정황이었다. 특검 내부에서는 이때문에 이 부회장을 불구속기소하자는 의견도 강하게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특검팀은 보강수사를 통해 법원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 대부분 입증이 됐다고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한차례 기각된 이후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최순실씨 일가의 지원' 사이의 연결고리를 입증하는데 사실상 수사력의 대부분을 소모했다.

이를 통해 찾아낸 것이 삼성 SDI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의 과정에서 입은 삼성의 '특혜'였다. 이 중 특검은 삼성 SDI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을 영장재청구 사유로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특검은 이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했으며 이를 통해 삼성, 특히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수월해졌다고 본다. 특검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재청구 사유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특검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가 기각되면 특검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이미 한차례 기각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무리하게 재청구했다는 비판과 함께 뇌물죄 수사에 명운을 건 특검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 등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수사기한 연장 요구도 그만큼 설득력을 잃는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이 부회장 구속에 매달릴 필요는 없는데 '강공'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후 뇌물죄가 확실하다면 기소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며 "갈길이 먼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이 보강수사로 대가성을 입증했다기 보다 추가 혐의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며 "특검 수사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무리한 수를 둘 필요 없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택해야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