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보유한 美 국채는 폭탄이 될 수 있나(2)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중국 같은 나라가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도하는 상황에 대해서 계속 얘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지난 편에서는 달러 강세 환경, 중국 같은 곳에 있던 자본이 미국으로 대거 몰려 들어가는 환경하에서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경우를 말씀드렸죠. 결론은 월스트리트저널이 내렸듯이 "미국 국채시장은 끄떡없더라"였습니다.

그런데 만약 미국 달러화가 지금과는 반대로 '약세'인 상황에서, 그리고 중국의 미국 국채 및 달러화 매각이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중국정부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면 어떠할까요?


달러가 약세라는 것은 미국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되는 환경을 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마저 돈을 빼내간다면 미국 달러화 가치와 국채 가격은 급전직하할 위험이 있습니다.

유사한 사례가 과거에 있었습니다. 지난 2005년의 일이었죠. 당시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었지만 달러화는 수년째 내리막길을 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나라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투자처를 다변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국채를 덜 사거나 심지어 팔수도 있다는 얘기였죠. 미국 국채시장과 달러화 시장이 화들짝 놀랐습니다. 당시 외신들은 "BOK 쇼크"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 국채를 굉장히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 미국 국채를 외면하게 된다면 미국의 금리가 뛰어오르고 달러는 더 약해질 것이라고 금융시장이 우려했던 겁니다.

즉, 미국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달러약세 환경에서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결론과는 달리, 외국인이 미국 국채를 대거 팔아 치우면 분명히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위기'상황까지 간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1970년대 말의 일이었죠. 달러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은 뛰어오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실업을 줄이겠다는 일념으로 돈을 계속 풀었습니다. 급기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핵심 산유국들 사이에서 '앞으로는 석유판매 대금을 달러로 받지 말자'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달러화 위기였습니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갖고 있던 금을 팔고, 독일 정부가 달러화를 사들이는 구제에 나서고, 연준 의장을 교체해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서면서 미국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미국 국채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40% 가량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난 1970년대 말 당시에 비해 의존도가 두 배로 높아졌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변심에 그만큼 더 심각하게 취약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화 가치를 함부로 다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