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주가, 10년來 최고 경신…美 금융주 부활하나

골드만삭스 본사/사진=AFP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주가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가 인사 다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포진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금융 규제를 완화하고 기준금리를 높이게 할 것이란 전망이 미국 금융주 부활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골드만삭스 주가는 전일대비 1.3% 상승한 249.46달러로 마쳤다.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쓴 것이다.


골드만삭스 주가는 특히 지난해 대선 이후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선 이후 다우지수가 현재까지 12% 오를 동안 골드만삭스는 37% 상승했다. S&P500 지수가 1999년부터 현재까지 78% 상승할 때도 골드만삭스는 3배 이상인 257% 올랐다. 이런 흐름 속에 골드만삭스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10년 만에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미국 금융주는 최근 증시 상승을 이끄는 주역이 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주는 줄곧 하락세를 겪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 미국 대형은행 수익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트럼프의 당선 직후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대형은행의 투자·자문 관련 수수료가 늘어난 것도 은행주를 끌어올렸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 규제를 완화해 미국 대형은행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간 미국 대형은행은 금융 위기 이후 강화된 자본 건정성 및 유동성 규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자기자본비중을 높이고 투자를 제한하는 도드-프랭크법이 대표적인 규제다.


투자자들은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사회기반 투자 등 재정정책 확대로 인플레이션을 높아지면서 미국 대형은행이 수혜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이자수익 또한 늘어난다.

월가 인사가 행정부 주요 보직을 차지한 것도 금융주 상승 전망을 키운다. 2006년부터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던 게리 콘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올라 금융 규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담당한다.

전 골드만삭스 기술 책임자인 스티븐 므누신은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한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디나 파월은 백악관 경제담당 선임고문에 올랐고 짐 도노반은 재무부 차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약한 스티븐 배넌 또한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됐다.

브레넌 호큰 UBS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투자자들이 점차 '인사가 곧 정책'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며 "이들은 정책을 입안하는 (월가출신) 사람들이 정책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야당인 민주당이 월가 출신 인사에게 이해충돌 문제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