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 IPTV, 이제는 통신사 '엄지손가락'

국내 통신사들의 대표적인 수익 악화 요인으로 꼽혀왔던 IPTV(인터넷TV) 부문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황금알 사업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KT가 올해 IPTV 부문에서 처음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등 수익성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


◇KT, IPTV 매출 1조 돌파..3사 모두 20~30% 성장=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지난해 IPTV 부문 매출액은 20~30%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IPTV 업계 1위인 KT의 지난해 IPTV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3.9% 증가한 1조450억원을 기록했다. IPTV 사업부문에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 역시 IPTV 부문에서 8440억원의 매출을 올려 2015년에 비해 33.4% 늘었다. 3사 중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이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IPTV 매출액도 전년대비 23.2% 뛴 6121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입자 증가세도 꾸준해 올해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IPTV 가입자수는 1356만3000명으로 전년말 대비 124만9000명, 9.8% 늘었다. 반면 케이블 TV 가입자는 11월 말 기준으로 1454만2400명. 전년말 대비 12만명, 0.8% 증가하는데 그쳤다.

◇통신사 “IPTV가 성장동력..힘싣는다”=통신사들의 IPTV 부문은 지난해 뿐 아니라 최근 수년간 꾸준한 매출 증가해왔지만 정작 수익은 신통치 않았다. 한해 3사 통합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통신사 입장에서는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달라진 분위기다. 통신사 전반적인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T는 실시간 IPTV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신광석 KT 재무실장(CFO)은 얼마 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IPTV 부문에서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것”이라며 “1~2년 내에 기존 통신사업의 영업이익률 수준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최근 IPTV 셋톱박스에 스피커·카메라 등을 결합한 AI 기반 홈비서 서비스 ‘기가지니’를 출시하는 등 관련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IPTV 부문에 강점이 있다고 판단,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사업 강화 방안을 강구 중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세계 1등’ 기업이 되자고 강조하면서 IPTV 분야에서 1등 사업자가 될 것을 강하게 주문한 바 있다. SK텔레콤도 IPTV 부문이 SK브로드밴드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평가하면서 올해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사들이 IPTV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는 이유는 우선 가입자 수, 매출액 증가와 함께 초고화질(UHD) 셋톱박스 가입자 확대, 주문형 비디오(VOD) 수요 증가 등으로 가입자당 매출액(ARPU)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IPTV를 다른 결합상품에 비해 과도하게 할인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정부의 결합상품 규제장치 역시 체질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해당 규제 내용이 담긴 ‘결합상품 금지행위의 세부 유형 및 심사 기준’을 기존 시행령에서 법으로 상향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