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판매 책임 강화' 기로에 선 소셜커머스 업계

정부가 가공식품 온라인판매 관리 강화를 추진하면서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를 분리 대응키로 해 파장이 일고 있다.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되는 티켓몬스터(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판매한 상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을 받게 되는 반면, 중개업자로 등록된 G마켓 11번가 등 오픈판매 업체들은 이런 조치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오픈마켓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통신 판매업자와 중개업자가 사실상 유사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6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식품위생법상 영업자의 범위에 식품을 판매하는 통신판매업자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부처간 협의를 거쳐 3월 쯤 입법 예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이 이뤄지면 1년 유예 기간을 두고 시행할 계획이다.


식약처가 통신판매업자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선 것은 온라인 식품 판매와 관련한 허위 과대 광고가 빈발하고 이 중 90% 이상이 온라인에서 이뤄는데 따른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식품 허위 과대 광고로 적발된 552건 중 517건(93.7%)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졌으며, 지난해에도 비슷한 비율로 집계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는 허위 과장 광고로 피해가 발생해도 통신판매업자들이 영업자로 등록되지 않아 형사고발 등 외에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 “시행령이 개정되면 영업 정지 등 행정 처분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상 품목은 자연식품을 제외한 가공식품으로 하고, 판매 중개를 하는 (오픈마켓 등) 통신판매중개업자는 등록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자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된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초기에는 '공동 구매'를 통한 저가 판매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판매 제품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현재는 오픈마켓처럼 판매를 중개하는 역할에만 그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거래의 80% 가량이 오픈마켓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를 뺀다는 건 결국 주된 채널은 그대로 둔 채 소셜커머스 업체나 소규모 온라인몰 업체만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법령상 지위만 다를 뿐 온라인 거래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처가 실제 판매자인 제조업체들을 잘 관리하면 될 일을 온라인쇼핑업체에 떠 넘기고 있다'면서 "위법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입점 기준을 높이게 되면 소규모 업체들이 판매 채널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의 법적 지위와 책임이 엄연히 다른 만큼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통신판매업자는 판매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반면,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책임이 제한적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통신판매업자 등록을 유지하고 있는데는 그만한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에 따른 책임도 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식약처의 시행령 개정이 현실화될 경우 통신판매업자에서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등록을 전환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후발주자로서 차별성과 강점이 사라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일정 기준만 넘으면 누구라도 입점할 수 있는 오픈마켓에 비해 선별해서 입점시키는 자신들의 상품 신뢰도가 더 높다는 점을 부각시켜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공식품의 범위가 넓어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식품들이 규제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분리 적용이 현실화되면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오픈마켓처럼 통신판매중개업자로 전환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