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열티 지급 줄고, 中-베트남 특허수출 늘었다

연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자료=한국은행

지난해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 우리 기업이 미국 IT 업체에 지불하는 로열티(특허권 사용료) 지급이 줄고,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의 해외생산기지 이전으로 특허권 수출은 늘어나는 등 산업 구조가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19억1000만달러(2조19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106억8000만달러, 수입액은 125억9000만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2015년(-40억달러)과 비교해 적자 폭이 20억9000만달러 줄어든 것이다. 2010년 통계편제 이후 적자규모가 가장 적었다.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2010년 이후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67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뒤 △2011년 -33억8000만달러 △2012년 -48억달러 △2013년 -53억4000만달러 △2014년 -45억3000만달러 △2015년 -40억달러로 2013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년 적자폭이 감소하고 있다.

최정태 한은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 팀장은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구조는 국내 대기업의 전기전자(IT) 제품 생산 과정에서 미국이 보유한 특허 및 실용실안권 사용이 많아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지난해에는 국내 대기업의 개선세가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별로 미국(-49억3000만달러), 독일(-3억6000만달러), 일본(-3억달러) 등은 적자를, 중국(20억3000만달러), 베트남(18억4000만달러)은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과의 지식재산권 무역 수지 적자는 2015년(66억8000만달러)보다 17억5000만달러 줄었다. 이는 국내 대기업의 전자산업 관련 특허 숫자가 늘어나 로열티 지급액이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2015년 삼성-애플 소송 등 우리 기업의 해외 기업에 대해 특허 관련 소송 대가 지불이 늘었던 일시적 요인이 사라진 점도 적자폭 축소를 이끌었다.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전 유형에서 흑자를 보였다. 대기업은 중국에 주로 특허 및 실용실안권에서, 중소기업은 상표 및 프랜차이즈권, 문화예술저작권 등에서 큰 규모 흑자를 보였다. 온라인 게임과 한류 문화 수출이 계속되는 영향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 문제가 중국과의 문화예술저작권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팀장은 "사드 배치 이후 중국 해외공연 등이 일부 취소되며 음악. 영상 저작권의 하반기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며 "비중이 작아 전체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베트남과의 무역수지는 2014년부터 증가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IT 제조기업의 생산법인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한 영향이다. 베트남 생산법인이 현지에서 생산할 때 관련 특허권료는 국내법인에 지출하게 된다.

영국(2억8000만달러), 프랑스(1억1000만달러)와의 무역수지는 지난해 사상 첫 흑자를 기록했다. 셀트리온 헬스케어, 한미약품 등 바이오 의학 산업의 판매와 기술수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관별로 △국내 대기업이 15억9000만달러 △외국인투자 중소 중견기업이 18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중소 중견기업은 16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유형별로 △특허 및 실용신안권(-20억1000만달러) △상표 및 프랜차이즈권(-4억1000만달러)은 적자를, 연구개발 및 소프트웨어 저작권(10억1000만달러)은 흑자를 기록했다.

산업별로 제조업이 전기전자제품(-21억9000만달러)을 중심으로 20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서비스업은 2000만달러로 2010년 이후 첫 흑자를 기록했다.

최 팀장은 "전반적으로 무역수지가 양과 질 모두 괜찮은 수준을 보였다"며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선진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적자폭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