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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유례없는 7시간30분 영장심사, 특검 논리 먹혔다

박영수 특검팀 vs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 격렬한 법리다툼…'보강수사'에 몰두한 특검 승리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입력 : 2017.02.17 14:26|조회 : 6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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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두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두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사상 유례 없는 '장기전'이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은 '영장실질심사 제도가 생긴 이래 최장시간 심문'이라는 기록을 세워 가며 총력전을 펼쳤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는 7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다. 10시30분에 시작된 영장심사는 중간에 휴정까지 해가며 오후 6시쯤 끝났다. 3시간40여분간 진행됐던 1차 구속영장에 대한 심사 시간의 두배가 넘는다.

이처럼 심사가 길어진 것은 특검과 이 부회장 양측의 공방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혐의 중 뇌물공여에 대해 가장 다툼이 많았다고 한다. 1차 심사때와 마찬가지로 '대가성'에 대해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라는 이득을 얻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고, 박 대통령은 이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최순실씨 일가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고 사건 개요를 설명했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례의 독대에서 경영권 승계에 대한 청탁이 분명히 있었고, 박 대통령은 최씨 일가 지원을 명시적으로 요청했다는 것이 특검 주장이었다.

특검은 이를 입증할 근거로 법원에 1만 페이지가 넘는 수사 기록을 제출했다. 특검팀의 수사 기록은 1차 영장 청구 때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 안에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박 대통령과 독대할 당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문제를 청탁했다는 자료와 관련자 진술 등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1차 영장 청구때에 없었던 '구체적인 청탁'의 단서를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 특검이 새롭게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의 내용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을 직접 챙겼다는 정황 등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내용들이 가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수첩의 내용들을 추려 의미와 배경을 설명하는 자료를 따로 만들어 제출했다.

특검팀은 또 지난해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에도 삼성 측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를 지원하기 위해 최씨 측과 접촉한 정황이 있다며 자료들을 냈다. 특검팀은 "삼성 측이 최씨에게 당초 지원하기로 했던 213억원 중 덜 준 돈을 올 3월까지 매월 나눠 주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특검과 맞먹는 수준의 자료를 준비했다. 가장 주된 내용은 '삼성은 뇌물죄의 피의자가 아닌 강요범죄의 피해자'라는 것이었다. 강요의 피해자가 뇌물의 공여자가 될 수 없다는 해외 판결례 등을 다량 제시하며 법리적 측면을 보완하는데 신경을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도 지적했다.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은 지난 6일 수첩의 제출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지난 6일 특검에 제출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수사과정에서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의 보좌관)김모씨를 구속시키겠다'는 발언을 안 전 수석에게 자주했다. 김씨가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항변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들인만큼 증거로서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최씨 일가에 추가로 지원을 하려 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서도 "최씨와 접촉한 것은 맞지만 지원 요구는 거절했다. 특검팀이 최씨의 일방적인 요청을 기록한 문건을 갖고 뇌물의 증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이 해당 사안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양측의 주장을 경청한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새벽5시36분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특검의 '보강 수사'가 제대로 먹힌 셈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혐의가 어느정도 입증이 됐다는 방증이다. 박 대통령을 겨누는 특검의 행보는 이날 구속영장을 통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에 433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태성
이태성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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