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고시 준비했는데…" 이재용 구속에 취준생 '전전긍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사기와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그룹 공채 폐지되나요?"
"취준생만 죽어나네요."

이재용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 부회장 구속으로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총수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를 맞은 삼성그룹이 채용시기를 미루거나 규모를 축소할 경우 가뜩이나 얼어붙은 채용시장에 취업 구멍이 더욱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17일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는 삼성의 채용 일정 차질을 걱정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왔다.

한 누리꾼(trrd****)은 "삼성 공채가 만약 없으면 2만명 정도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pppb****)은 "지금까진 정치권 압력 때문에라도 억지로 뽑아 왔는데 이젠 안 그러지 않겠냐"며 채용 규모가 축소될 것을 우려했다.

총수 구속 여파로 삼성그룹의 채용규모가 축소 될 것을 우려하는 취업준비생들 /사진=취업준비생 카페 캡쳐

삼성은 지난해 1만4000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채용시장의 '큰손'으로 꼽힌다. 삼성직무적성검사(GSAT)에 매년 20만명이 몰릴 정도. 공무원 시험 응시생 규모에 육박하는 지원자가 몰려 '삼성고시'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취업준비생들에게 삼성은 선망의 대상이다. 특히 그해 삼성의 채용 규모에 따라 다른 기업들도 신입사원 규모 등을 정하기 때문에 전체 채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 사태 속에 삼성그룹이 빠른 시일 내 채용계획을 확정 짓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통상적으로 매년 2월경 채용 규모 및 일정을 확정, 3월초 상반기 채용 공고를 내고 4월 중순 GSAT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이 부회장이 조사를 받는 등 변수가 커지면서 삼성은 채용일정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채용계획과 관련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총수 부재의 상황에서 적극적 경영 활동이 어려운 만큼 채용이 시행돼도 규모가 축소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크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9)는 "삼성 등 대기업 공채 시험을 준비해 왔는데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삼성이 숨통을 터줘야 다른 기업들 취업 경쟁률도 떨어지는데 도미노로 어려워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최모씨(30)는 "삼성이 그룹 차원의 공채를 폐지하고 계열사별 채용으로 바꿀 거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반면 이 같은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관측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채용은 결국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뽑는 투자인 만큼 사업 전망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라며 "총수 부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미래 투자를 위해 채용 계획이 크게 바뀌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