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산업은행…이동걸 회장, 자회사에 "적당히 없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의 자회사 관리가 깐깐해지고 있다. 취임 1년을 맞은 이동걸 산은 회장은 자회사 관리를 '적당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산은은 자회사 매각이 시급한 만큼 올해 자회사 관리에 더욱 고삐를 죌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자회사 산은캐피탈이 사업계획서에 올해 총자산 증가율 목표를 3%로 제출하자 되돌려 보냈다. 산은캐피탈의 지난해 총자산 성장률 2%보다는 높지만 이 회장은 매각을 앞둔 기업으로선 '느슨한' 목표라는 평가를 내리고 직접 상향 조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캐피탈은 올해 총자산 증가율을 최초 목표치의 5배인 15%로 높였다. 이 회장은 산은캐피탈 경영진에 목표가 과도했다면 다시 조정하는 일이 있더라도 기업가치 제고가 절박하는 점을 주지해 달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대우건설의 '빅배스'(부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것)에도 산은의 의지가 반영됐다. 대우건설 내부에선 회계법인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수익을 인정하지 않는 등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로 지난해 실적을 결산한데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은은 올해 말 실적에 환입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회계법인의 보수적인 회계처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대우건설의 '빅배스'에 호응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9일 해외사업장 잠재손실 반영 등으로 지난해 503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날 주가는 오히려 9% 급등했다.

산은이 자회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자회사 매각을 서둘러봤자 지금 상태로는 어렵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산은은 2015년과 지난해 두차례 산은캐피탈을 매각하려 했으나 상대적으로 높은 몸값(장부가 약 6000억원)과 캐피탈사에 대한 수요 부족 등으로 매각이 무산됐다. 산은은 산은캐피탈을 다시 매물로 내놓기 전에 잘 팔릴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드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 역시 올초 매각을 본격 추진하려 했으나 회계법인이 지난해 11월에 이례적으로 감사 후 '의견거절'을 밝히면서 회계투명성부터 확보해 시장의 신뢰를 얻기로 했다.


이 회장이 민간 금융회사 출신이란 점도 산은의 자회사 관리가 깐깐해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회장은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캐피탈 및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을 지낸 대표적인 '신한맨'이다. 신한금융은 민간 금융회사 중에서도 전반적인 조직관리가 철저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약 석달간 정책금융 자금공급 집행률을 높이기 위해 포상금 1500만원을 거는 등 국책은행에선 이례적인 '인센티브'를 시도하기도 했다. 산은 관계자는 "매각 대상 자회사들에 산은 지붕 아래 안주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