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의 무덤' 한전에 무슨 일이?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인터뷰

‘3년 임기→연임→재연임.’

‘경영자의 무덤’으로 불린 한국전력에서 조환익 사장(사진)의 행보가 이채롭다. 역대 ‘최장수 CEO(최고경영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밀양 송전탑, 전기요금 정상화, 부채감축 등 난제를 헤쳐온 조 사장의 리더십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전은 다음달 2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 조 사장 재연임 안건을 상정키로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사실상 재연임이다. 원래 조 사장의 임기는 오는 28일까지다.


재연임으로 조 사장은 박근혜정권 내내 한전을 이끌게 됐다. 앞서 이명박정권 말인 2012년 12월 선임될 때만 하더라도 “길어야 6개월짜리”라는 예측이 무성했지만 당시 한전의 뇌관이던 전기요금 정상화 문제를 부드럽게 해결하며 신임을 받았다.

이는 산업자원부 1차관을 역임한 관료 출신인 조 사장 특유의 조율능력과 돌파력이 작용한 것이란 게 한전 안팎의 평가다. 한전은 2008년에서 2012년까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는 국제유가로 조단위 적자를 보면서도 국민정서를 고려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주무부처와의 유기적 호흡이 조 사장 취임 후 이뤄지면서 조 사장 취임 이듬해인 2013년 한전은 2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이는 전임 사장들이 정부와 이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다 불명예퇴진한 것과 대비된다. 한전은 조 사장 취임 이전인 2012년까지 5년 연속 누적적자만 11조원에 달하는 등 만신창이에 가까웠다. 이런 상황에서 패전처리 투수로 등판한 조 사장은 한전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물론 부채비율도 133%에서 90%로 낮췄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한전을 ‘종합 97위, 전력분야 1위’ 기업으로 선정했다.
　
저유가라는 호재도 있었지만 조 사장의 경영능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밀양 송전탑 갈등 해결이 대표적인 예다. 조 사장은 10년을 이어온 밀양 송전탑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취임 이후 31차례 밀양을 방문, 현장간담회를 열어 지역 주민의 동의를 끌어냈다.
　
또 본사 이전으로 부채감축과 신성장동력 투자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조 사장이 2년 연속 영업이익 10조원을 넘기는 등 경영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1년 재연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2015년 12월 3년 임기가 만료됐으나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이 미뤄져 사장직을 유지하다 이듬해인 2016년 2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재연임에 성공해 내년 2월 말까지 임기를 채우면 5년2개월로 역대 최장수 CEO가 된다. 기존 최장수 CEO는 1993년 4월부터 1998년 4월까지 5년 동안 재직한 이종훈 전 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