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연일 특검 소환에 삼성 패닉…'옥중경영' 불가피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김성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부회장이 지난 17일 구속된 가운데 이틀 연속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되자 삼성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수뇌부는 이 부회장의 특검 재소환에 촉각을 세우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안팎에선 삼성이 당분간 이 부회장의 '옥중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이틀 연속 소환…미전실 해체 등 경영 현안 무기한 연기=이 부회장은 19일 오전 9시42분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정장 차림에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채로 특검으로 들어갔다.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직원들은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이 부회장이 특검에 출석한 시간에 맞춰 현장에서 대기했다. 그룹 수뇌부도 이날 모두 출근해 상황을 예의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활동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특검은 이 부회장을 사흘 연속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특검의 남은 수사 기간은 물론,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화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삼성 안팎에서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성열우 미전실 법무팀장(사장)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계열사 사장단 소집 등의 일정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에 대한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이 당분간 수뇌부 면회를 통한 '옥중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전실 해체와 쇄신안, 사장단 인사 등의 중대 경영 현안 추진은 당장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그룹 수뇌부 잇따라 면회…'옥중경영' 불가피=이 부회장은 구속 이후 두 번의 면회시간을 모두 삼성 수뇌부와 만나는데 할애했다. 우선 구속 5시간 만에 진행된 첫 면회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뤄졌다.

18일엔 이 부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 가족들의 면회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실제로 이날 이 부회장을 찾은 것은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다.

재계에서는 이 사장이 1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 임시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와의 M&A(인수·합병) 안건이 통과된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임원진은 물론 (이 부회장의) 가족들의 면회 일정에 대해선 사전에 공유되거나 확인된 게 없다"면서 "홍 관장 등 가족들의 면회가 언제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하루에 한 번 뿐인 면회기회를 가족보다 경영진에 할애하고 있는 것은 창립 79년 만에 처음으로 총수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삼성이 흔들림 없이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당부하기 위한 것이란게 그룹의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 그룹의 주축인 삼성전자는 통상 3월 말에 열리는 주주총회 개최를 준비하는 등 예정된 비즈니스는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선포한 '컬처 혁신'에 따른 인사개편안도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다음달 초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 사장단도 "회사를 믿고 각자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달라"며 임직원에게 내부 결속을 주문했다. 삼성 계열사 사장단은 지난 17일 사내망에 "회사 안팎의 불확실한 상황으로 인해 불안하고 혼란스럽기도 할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해온 저력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