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옥중경영 돌입..리더십 공백 패닉은 지속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2017.2.19/뉴스1

"각자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달라."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직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사상 초유의 총수 공백으로 인해 발생한 그룹 내 불안과 혼란을 최소화하고,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내부 결속을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이틀 연속으로 특검에 불려나오면서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계열사 사장단 회의는 물론 당면한 경영 현안을 논의할 구체적인 일정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 등 리더십 부재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당분간 이 부회장의 '옥중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 수뇌부도 이 부회장의 특검 재소환에 촉각을 세우며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연일 소환에 비상근무…미전실 해체 등 경영 현안 줄줄이 연기=특검이 연일 이 부회장을 소환하자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직원들은 현장에 대기하며 비상 상황을 챙겼고 삼성그룹 수뇌부도 모두 출근해 비상 근무를 이어갔다.

활동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특검은 이 부회장을 사흘 연속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특검의 남은 수사 기간은 물론,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화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삼성 안팎에서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성열우 미전실 법무팀장(사장)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계열사 사장단 소집 등의 일정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내부 정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당분간 수뇌부 면회를 통한 '옥중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전실 해체와 쇄신안, 사장단 인사 등의 중대 경영 현안 추진은 당장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그룹 수뇌부 잇따라 면회…'옥중경영' 불가피=이 부회장은 구속 이후 두 번의 면회시간을 모두 삼성 수뇌부와 만나는데 할애했다. 우선 구속 5시간 만에 진행된 첫 면회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뤄졌다.

18일엔 이 부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 가족들의 면회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실제로 이날 이 부회장을 찾은 것은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다.

재계에서는 이 사장이 1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 임시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와의 M&A(인수·합병) 안건이 통과된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임원진은 물론 (이 부회장의) 가족들의 면회 일정에 대해선 사전에 공유되거나 확인된 게 없다"면서 "홍 관장 등 가족들의 면회가 언제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하루에 한 번 뿐인 면회기회를 가족보다 경영진에 할애하고 있는 것은 창립 79년 만에 처음으로 총수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삼성이 흔들림 없이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당부하기 위한 것이란게 그룹의 안팎의 시각이다.

실제로 그룹의 주축인 삼성전자는 우선 통상 3월 말에 열리는 주주총회 개최를 준비하는 등 예정된 사업 위주로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선포한 '컬처 혁신'에 따른 인사개편안도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다음달 초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