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로슈·BMS·J&J 계약… 알고보니 이재용 작품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본사/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지난해 3월 초 세계 최대 제약사 존슨앤존슨(J&J)의 글로벌 CEO 알렉스 고르스키(Alex Gorsky)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단독 면담을 가졌다. 이날 비공개 만남에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도 동석했다.


두 사람이 만난 지 8개월 뒤인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슨앤존슨 자회사인 스위스 실락 CmbH로부터 3066억원 규모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을 수주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고르스키 CEO 면담이 계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바이오업계 정설이다. 이 계약은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연간 매출액 294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781,000원 ▼9,000 -1.14%)가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충격에 빠졌다. 당장 이 부회장의 공백이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20일 "공장 가동 초기부터 글로벌 바이오기업으로부터 위탁 생산 계약을 따내는 데 이 부회장이 직접 성사시킨 사례가 많다"며 "이 부회장 부재는 수주활동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존슨앤존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계약을 바이오업계는 의외로 받아들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존슨앤존슨의 헬스케어 부문 자회사 얀센과 경쟁 관계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얀센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를 만든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시장을 빼앗아 수익을 올린다. 오리지널 입장에선 바이오시밀러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얀센이 캐나다와 미국 등에서 셀트리온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회장 역할이 계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추론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 부회장이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성사시킨 건 2013년부터 시작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2012년 말 1공장 완공과 동시에 글로벌 바이오 기업 50여곳을 찾아다니며 수주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위탁생산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했다. 바이오의약품은 안전하면서도 품질이 균등한 약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게 핵심인데 삼성 브랜드로도 극복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 때도 이 부회장이 로슈와 BMS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부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김태한 사장은 현지로 날아가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 부회장이 어떤 인맥을 통해 해당 계약들을 성사시켰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변수가 많은 바이오의약품 품질에 대해 이 부회장이 일종의 보증 역할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3단계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시설 투자가 끝나면 1,2단계를 포함해 연간 36만ℓ급 세계 최대 시설을 갖추게 된다. 이 시설이 쉬지 않고 돌아가려면 왕성한 수주가 필수적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계약을 따내지 않더라도 그의 부재가 기업 신뢰를 깎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우려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가동률과 수율이 CMO(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의 생명인데 이 부회장 부재로 위기감이 크다"며 "바이오 분야에서 삼성은 아직 초년생이기 때문에 신뢰를 담보하는 오너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