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상법개정 땐 경영방어권도 도입" 첫 언급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국회의 상법개정안 입법 추진과 관련, "만약 부분적으로 제도를 도입한다면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시피한 경영방어권 제도도 같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CEO 조찬간담회'에서 "(상법개정안은) 기업 지배구조 문제와 연관해 도입하자는 취지인데 경영안정성을 위협하는 등 다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유 부총리는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은 가운데 여러가지 규제법안이 자꾸 나오는 것은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등 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이 2월 국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가 경영방어권 동시 도입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상법개정안에 제동을 걸고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부총리가 지난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상법개정안은 신중하게 볼 게 많다"고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데서 한발 더 나가 구체적인 대안을 내세우며 상법개정안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은 것이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기업이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재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적대적 인수합병시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값에 지분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나 차등의결권제(보유한 지분율 이상 혹은 이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제도) 등 기업사냥꾼에 대처할 방어수단이 동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부총리는 "국회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실은 규제법안이 많이 제출된 상태"라며 "문제점에 대해 국회에 더 충분히 설명하면 입법 과정에서 문제점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이날 간담회 시작 전 인사말에서 "20대 국회 개원 이후 590개 법안이 발의됐는데 이중 407개가 규제법안이고 나머지가 지원법안"이라며 "이런 시기에 이렇게 많은 규제법안이 한꺼번에 휩쓸리듯 통과되면 기업들이 일하기 얼마나 어려워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상법개정안이) 교각살우(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법안 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법안도 많이 있는데 이성적으로 하나하나 잘 따져가면서 속도감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또 "전체적으로 보면 (규제법안이) 우려도 되지만 또 한쪽에서는 지원법안이나 경제활성화법안은 통과가 안 되고 있다"며 "(규제)법안이 이렇게 발의돼서 나오면 파급효과에 대해 나중에 과연 누가 책임을 지는가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서는 "동료 기업인으로 안타깝다"며 "빨리 수사가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