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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규제만 있고 소비자는 없다

광화문 머니투데이 채원배 산업2부장 |입력 : 2017.02.21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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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마트 서울역점. 백화점 상권인 도심 한복판에서 할인점 성공모델을 만든 마트로,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롯데마트는 2004년 이 곳을 개점할 때 상징성에 의미를 뒀지만 매출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과 인근 주민, 서울역 이용 고객들이 몰리면서 매출은 전체 점포 중 2위(지난해 기준)를 차지했다.

# 2주 전 '뉴욕 첼시마켓이 살아남는 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첼시마켓의 성공은 우리에게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만이, 전통시장 보호만이 답은 아니다"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칼럼에서 짚었다. 시장의 경쟁력은 '맛'과 '멋'이며 옛 것을 부수고 화려한 새 건물을 짓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2월7일자 [광화문]뉴욕 첼시마켓과 한국 전통시장 참조)

2주 전에 쓴 '첼시마켓' 얘기를 다시 꺼내면서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언급한 것은 정치권이 앞다퉈 소비자를 외면하는 '유통산업 규제와 골목상권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중심을 소비자에 두지 않으면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는데도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자유한국당은 지난 16일 한술 더 떤 규제책을 발표했다. '편의점 심야영업 금지',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휴일 규제', '전통시장 1조7400억원 투입' 등이 주 내용이다.

유통업계를 편드는 게 아니라 어떻게 소비자는 안중에 없는 대책을 내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마트와 쇼핑몰, 편의점 영업을 규제하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을 것이란 발상부터 한심스럽다.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을 뿐 아니라 아직도 소비자를 계몽 대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1조74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입해 전통시장 주차장 보급률을 100%로, 시설현대화 사업정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하는데 이 예산이 집행된다면 예산 낭비의 사례가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단지 주차장이 불편해서, 시설이 노후화돼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을 마트나 편의점의 대체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마트나 편의점을 이용하는 소비자 몇 명에게만 물어봐도 현실을 알 수 있는데 사전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선을 앞두고 일부 상인들의 표만 신경쓰는 듯해서 답답하다. 1인 가구 증가로 편의점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자유한국당은 편의점 영업시간까지 규제하겠다고 했다. 가맹점주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시대를 거스르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공항철도 승차권을 구입하면서 1만원권 2장을 동시에 넣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과 마찬가지로 마트나 편의점을 이용해 본 적이 거의 없는 정치인들이 주먹구구식의 대책을 만들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현장에 갈 시간이 없다면 소비자들의 행태가 어떤지 등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알아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말이다.

규제를 모두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업단지의 전봇대를 질타하면서 전봇대가 규제의 대명사가 됐지만 전봇대가 필요한 곳에는 설치해야 한다. 시장 실패가 나타날 때, 영세 상인 등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를 외면한 규제는 어떤 식으로 추진해도 성과를 거둘 수 없고 불필요한 곳에 전봇대만 세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유통산업을 규제하기보다 정치권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은 '맛'과 '멋', '가격'이다. 이 세가지 중 하나도 없는 상품을, 경쟁력이 하나도 없는 전통시장을 소비자가 찾을 일은 없다. 전통시장의 맛과 멋을 어떻게 살릴지 고민하고, 소비자를 그 중심에 둬야 한다. 지금과 같은 식의 규제는 전통시장과 영세 상인을 살리지도 못하고, 내수만 죽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똑똑해 지고 있다. 소비자를 외면한 규제는 머지 않아 역풍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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