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가장 민감한 통화는 韓 원화…"亞 투자지표"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최근 1년 아시아 신흥국 주요 통화 변동성(단위: %)/그래프=블룸버그 한국 원, 말레이시아 링깃, 인도네시아 루피아, 대만 달러, 필리핀 페소, 인도 루피, 태국 바트, 중국 위안(역외), 중국 위안(역내) 순

한국 원화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아시아 신흥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대표 통화로 부상했다.

블룸버그는 20일 원화가 지난 1년간 이 지역 주요 통화 가운데 변동성이 가장 커 투자자들이 베팅의 지표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자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달러 대비 원화값 변동성은 11%로 말레이시아 링깃, 인도네시아 루피아, 대만 달러 등 아시아지역 주요 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높았다. 원화값은 올 들어 달러에 대해 5.3% 올라 같은 지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최근 트럼프 행정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원화의 급격한 변동성이 시장 향방을 예고하는 일종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얀 퀠렌 스위스쿼트뱅크 투자전략가는 "원화가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매우 민감하다"며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몇 주 안에 발표할 재정정책을 앞두고 더 그렇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원화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위기와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탄력성을 뽐내며 강세를 나타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주식·채권시장에 올 들어 상대적으로 많은 51억달러(약 5조8527억원)가 유입돼 원화값이 오름세를 탔다는 것이다.

쿤 고 호주 ANZ 아시아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유동성이 가장 풍부한 통화가 원화"라며 시장 환경도 상대적으로 좋다고 지적했다.

원화 거래액은 지난해 840억달러로 2013년에 비해 31% 증가했다. 이로써 원화는 전 세계 신흥시장 통화 가운데 중국 위안, 멕시코 페소, 홍콩 달러 다음 가는 강세를 나타냈다.

에디 청 스탠다드차타드 외환 투자전략가는 원화가 아시아 무역 건전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무역통계가 아시아지역 전반의 무역 현황을 반영하는 좋은 지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무역 공세가 아직은 아시아지역 신흥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1.2% 늘었다. 5년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