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간판' 된 정유·화학…위상 달라졌다

2015년 SK (155,500원 ▼1,300 -0.83%)그룹 중 가장 큰 수익을 올린 계열사는 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로 영업이익이 5조3361억원에 달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은 영업이익 1조9796억원으로 SK하이닉스가 올린 수익의 37% 수준이었다.


하지만 1년 뒤 SK이노베이션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3조2286억원을 기록하며 2015년보다 63.1% 높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 3조2767억원을 기록한 SK하이닉스와의 실적 차이를 481억원으로 대폭 좁혔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정유·화학사들이 그룹 내 '간판 계열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적의 무게중심이 정유·화학사들로 옮겨 가면서 전통적으로 떠올렸던 그룹 내 계열사들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 (75,500원 ▼700 -0.92%)그룹은 지난해 LG화학 (370,500원 ▼8,000 -2.11%)이 전체 계열사들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LG화학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9919억원을 기록해 최근 5년 중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LG전자 (91,200원 ▼1,400 -1.51%)가 영업이익 1조3378억원, LG디스플레이 (9,930원 ▼120 -1.19%)가 1조3114억원을 올린 것에 비해 48~51% 높은 실적이다. 특히 LG화학은 지난해 배터리와 정보전자 사업 부문에서 약 1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도 전자 계열사들보다 앞섰다.

전통적으로 LG그룹 내 맏형은 LG전자였다. 2003년까지만 해도 LG전자의 영업이익은 1조621억원으로 LG화학(4794억원)의 2배 이상이었다. 하지만 2010년 LG화학이 LG전자의 영업이익을 추월한 이후 유가가 급락해 고전했던 일부 분기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선두를 유지해 왔다. LG전자는 시가총액(10조1462억원)에서도 LG화학(19조6600억원)에 밀린지 오래다.


롯데케미칼 (97,300원 ▼2,900 -2.89%)도 롯데그룹에서 확실한 '실적 효자'로 자리 잡았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으로 대표되는 유통 부문이 강세이고 실제 매출도 크지만, 영업이익만큼은 석유화학사인 롯데케미칼이 압도적으로 높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 2조5478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 (64,500원 ▼900 -1.38%)이 올린 영업이익(9403억원)보다 270% 더 많은 수치다.

한화토탈도 2015년 5월 한화 (26,100원 ▼150 -0.57%)그룹에 인수된 이후 약 2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한화토탈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1조40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상대로 나온다면 한화그룹 내 매출 최대인 한화생명 (2,625원 ▼10 -0.38%)의 지난해 영업이익 6099억원보다 120% 더 높은 실적을 기록하게 된다.

사상 최대의 실적 행진을 이어가며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에 올라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유·화학사들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도 대거 포함됐다. 정유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이 1조 클럽에 포함됐고, 한화토탈도 포함될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GS그룹에서도 GS칼텍스가 실적에 있어서는 간판 스타이고, 현대중공업도 실적의 70%를 현대오일뱅크가 견인했다"며 "정유·화학 주요 기업들이 영업이익 1조클럽 20위 안에 대거 포함되며 그룹 내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