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야, 나한테 왜…" IT 아재의 선거인단 등록 '진땀'

크롬을 통해 진행한 더불어민주당 무료 공인인증서 선거인단 등록. 멘탈붕괴.

기자는 당신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IT 불능자'다. 30대 초반이지만 모바일 뱅킹도 3년전 결혼할 때 처음 시작했다. 아내가 공인인증서라는 것을 만들어줬다. 이런데도 금융기관용 무료 공인인증서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에 참여해봤다. 걱정 마시라. 당신은 더 쉽게 선거인단 모집에 응할 수 있을 것이다.




20일부터 민주당 선거인단 등록에 무료 공인인증서를 쓸 수 있게 됐다. 기자는 이날 오전 10시45분쯤 구글 크롬을 통해 선거인단 등록에 나섰다. 신청자격확인 및 약관동의 정도는 문제가 아녔다. 이럴 땐 무조건 '예(Y)'를 클릭하는 것이라 들었다. 실명인증 및 본인인증 과정도 초반에는 무난하게 흘러갔다. 공인인증서 확인을 위한 별도창이 뜨기 전까지는…

별도창이 뜨며 본격적인 '멘탈붕괴'가 시작됐다.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한다는 'TouchEn PC 보안 확장' 등등이 뜨기 시작했다. 컴퓨터에서 뭔가가 많이 뜰 때는 무조건 긍정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프로그램을 크롬에 추가'까지 선택했다. 다행이다. 공인인증서 인증을 위한 이름과 주민번호 기입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인증서 검색이 안 된다. '인증서 관리 프로그램이 설치 또는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이쯤되면 "나 한테 왜 이러는 거야"라는 혼잣말이 나온다. 프로그램 설치를 진행하지만 컴퓨터는 답이 없다. 본인의 의지와 달리 '실행' 버튼을 마구 클릭했다. 컴퓨터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진다. 거듭 나오는 '프로그램을 실행하시겠습니까'. 이러려고 선거인단 모집에 응하려 했나 자괴감이 든다. 크롬 화면을 과감하게 껐다. 시계는 10시58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이런 상황일 경우 '예(Y)'만 누르면 되는 것이라고 배웠다.

익스플로러를 이용해 선거인단 등록에 나섰다. 이럴 때 믿을 건 역시 '엑티브X' 친화적인 빌 게이츠님 뿐이다.


그런데 본인인증 과정에서 '인증서 관리 프로그램이 설치 또는 실행되지 않았습니다'가 또 뜬다. 아니 내가 방금 설치한 건 뭐야. 어쨌든 다시 설치에 나섰다. 약 2분이 흐르자 설치가 완료됐다고 나온다. 마침내 내 컴퓨터에 들어있는 공인인증서가 보인다. 감동의 눈물이 나올 찰나, 컴퓨터가 말을 건다. "프로그램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을 수 있다"며 "권장 설정을 사용하여 다시 설치하시겠습니까"라고 그랬다.

식빵을 외치며 다시 설치를 하니 공인인증서가 다시 보인다. 중간중간 '뭔가를 실행해야 한다', '뭔가가 진행되고 있다'고 마구 뜨는데 무조건 긍정적으로 '예(Y)'만 클릭하면 된다. 공인인증서 암호를 넣었는데, 세 번 연속 실패했다고 나왔다. 근성으로 네 번째 시도만에 성공했다. 선거인단 신청화면이 나온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다. ARS 및 투표소 중 투표방법을 선택하고 개인정보들을 입력하면 된다. 어려울 게 없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주소는 아무 곳이나 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실제 거주지인 서울을 택했다. 마침내 오전 11시14분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투표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보인다.

총 29분이 걸렸지만 13분은 크롬을 쓰다가 포기한 시간이다. 무료 공인인증서를 통한 선거인단 등록을 할 때 크롬 보다는 익스플로러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처음부터 익스플로러를 썼으면 15분 정도에 등록을 마무리했을 것이다.

등록 시간 대부분은 보안프로그램 설치 및 본인인증 과정에서 썼다. 민주당 플랫폼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국내 인터넷 환경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이트에서도 본인인증 과정의 엑티브X 때문에 답답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민주당 관계자도 이같은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저도 불편하다.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