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권 폐지 찬반 '팽팽'…"불공정 처벌 강화 vs"기업경영 위축"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진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여부를 두고 찬반 양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대기업의 독과점을 견제하고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고소·고발이 난무해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0일 오후 정무위원들과 전문가 패널, 공정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위 전속고발권 관련 공청회'를 진행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제기(기소)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가 전면 폐지되면 공정거래법 위반사건을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공정위의 대기업 관련 불공정거래 사건 처리가 미흡하다는 측면에서 전속고발권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맞서 전속고발권 폐지시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공정위가 검찰고발권을 독점하고 있지만 실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며 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10년까지 공정위 처리사건 5만6527건 중 검찰고발 건수는 491건(0.9%)에 불과했다. 검찰총장도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된 1996~2010년까지도 전체 처리건수 5만1048건 중 397건(0.8%)만 검찰에 고발이 이뤄졌다.


김 부회장은 "공정위가 조사를 하지 않을 경우 따로 검찰에 고소를 통해 수사를 구할 수 없어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고 조사는 검찰이, 기소 등의 판단은 공정위의 의견을 참조하는 식으로 협력체계를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정거래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 개입으로 기업활동의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전속고발권 폐지를 반대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기업에 대한 검찰의 통제권 강화와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인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며 "공정거래사건에 대한 형사 처벌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실제 고발은 중소기업 간 분쟁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분쟁이라는 '경제민주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의 분쟁까지 법률로 접근하면 사회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건 성격에 따른 선별적 폐지에 초점을 맞췄다. 주 교수는 "가격·입찰담합 등 위법성(경쟁제한성)이 뚜렷한 '하드코어 카르텔' 사건을 제외한 다른 불공정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과잉범죄화'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만약 전속고발제를 폐지해야 한다면 차선책으로서 하드코어 카르텔로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전속고발권 전면폐지에 반대입장을 보이는 공정위는 이날 신동권 사무처장이 배석해 입장을 설명했다. 현재 공정위는 전속고발제 폐지의 대안으로 의무고발요청제도 개선을 제시하며 고발요청기관을 대한상공회의소, 중기중앙회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제도는 검찰과 중소기업청·조달청·감사원이 공정위에 검찰 고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 사무처장은 "사법에 가까운 규정들이 혼재되어 있는 우리나라 공정거래법령들의 성격을 감안할때 전속고발제의 전면폐지는 상당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며 "공익성과 의사결정의 신뢰성이 담보될 수 있는 법정 단체까지 고발요청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무위는 이날 공청회 이후 21~23일 법안 소위 심사를 거쳐 여야 의견 조율을 마무리하면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