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20배 '급등주' 도쿄전력과 한국전력

국내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잘 알려진 도쿄전력은 일본 주식시장에서 한 때 전설이었다. 1980년대 도쿄전력은 액면가인 500엔에서 1987년 4월 9420엔까지 거의 20배 가까이 오르며 기록적인 수익률을 나타냈다.


도쿄전력은 한국 전력과 매우 유사한 사업구조를 지녔는데 공공사업의 성격상 수익이 크게 늘면 전기요금을 인하해야 했고 실적이 유가에 매우 민감했다. 정부 소유인만큼 고배당을 실시했지만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았다.

됴쿄전력의 주가 상승 방아쇠는 유가 안정에서 시작됐다. 원유 가격이 하향안정되고 엔화강세가 시작되며 실적이 좋아졌던 것이다. 하지만 도쿄전력이나 한국전력같은 공기업이 그렇듯 실적이 좋아지는데 한계가 있는 기업이었다는 점에서 20배의 주가 상승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의 증시분석가인 우라가미 구니오는 '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에서 "도쿄전력의 주가 급등의 배경은 초저금리 시대를 맞이한 기관 투자자가 금융장세(경기회복 이전 장세)의 지표 종목을 대량 매수한 결과일 뿐"이라며 "즉 기관 투자자가 대량 매매 가능한 최적격 종목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기업이 좋아서, 실적이 좋아서 도쿄전력이 오른 게 아니라 실적은 계기였을 뿐 실제론 기관투자자의 매수-즉 수급이 강세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리 하락에 따른 배당 투자가 필요했던 기관 투자자의 순매수가 주가를 밀어올렸다.


2011년부터 2016년 초까지의 한국 전력도 아름다운 주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 2만원을 밑돌았던 주가는 3배 넘게 오르며 지난해 5월 6만3700원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전기요금 인하 논의가 격화되고 한전 서울 삼성동 부지 매각으로 인한 고배당도 일회성일 거란 지적이 제기되며 주가는 하향길에 접어들었다. 4분기에는 인건비 증가로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돌았고 애널리스트로부터 '이익 감소 싸이클'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다시 도쿄전력으로 돌아가면 1987년 고점을 찍은 도쿄전력을 사상 최고의 이익을 앞두고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우라가미 구니오는 "금리의 바닥 인식이 가장 큰 마이너스 재료가 됐다"고 지적한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더 매력적인 주식들이 등장하자 금방 차익실현의 대상이 됐던 것이다.

한국전력도 지난해 초 금리가 바닥을 찍을 때 고점을 기록하고 주가가 돌아섰다. 동시에 삼성전자가 화려하게 부활하며 수급 블랙홀로 등장하자 한국전력은 다시 소외주 반열에 들었다.

일본 증시에서 유가 하락과 엔화 강세, 역사적인 금리 하락의 3저 혜택을 받은 도쿄전력의 주가 상승은 대형주가 20배 오르는 "50년에 한 번 올 법한 시세 분출"로 불린다.

돌이켜보면 한국전력도 유가 하락과 원화강세, 역사적인 금리 하락의 3저를 맞았던 건데 주가 상승은 3배에 그쳤다. 물론 당시 일본 경제는 버블 쇼크를 맞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저성장의 한국 경제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조건은 같았는데, 같은 급등세를 보이기엔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여력이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20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국전력 (20,150원 ▼250 -1.23%)은 오랜만에 외국인 순매수에 급등하며 2450원(6.03%) 오른 4만305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