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진행은 우리가…朴 출석 22일까지 정해라"

20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변론종결을 알리자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인 김평우 변호사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지금 시간이 열두 시 넘었는데 제가 당뇨가 있다. 어지럼증이 있어서 음식을 조금 먹어야겠다”며 오전 재판을 끝내고 오후에 이어가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오후 일정은 전부 취소된 상황이었다.


이에 이 권한대행이 “다음 기일에 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권유했으나, 김 변호사는 “아니다. 오늘 하겠다”며 “준비를 해왔으니까 점심을 못 먹더라도 지금부터 변론하겠다”고 막무가내식 행태를 보였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갑자기 변론을 강행하겠다는 김 변호사의 태도에 이 권한대행은 “재판 진행은 저희가 한다. 오늘 변론은 여기까지 하겠다”고 말했고 8명의 재판관들은 심판정에서 퇴장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열두 시에 변론을 끝내야 한다는 법칙이 있었냐.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느냐”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재판부의 심판 절차 진행 과정을 문제 삼으려 했지만, 이날 변론은 이 상태로 끝이 났다.

헌재는 대통령 측의 반발에도 증인 신청과 증거조사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하자 재소환하지 않기로 했고, 두 번의 소환에 응하지 않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또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하자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대리인단은 “24일 출석할 수 있다”고 증인을 유지해야 함을 강변했지만, 헌재는 “김 전 실장은 핵심 증인이 아니고, 최 차관은 (이날 출석한) 방기선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이 재단 설립 경위 등에 관해 상세히 말했다”며 직권으로 취소했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녹음파일을 공개 검증하자는 것도 고 씨를 다시 증인 신청하겠다는 대통령 측의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녹취록과 녹음파일은 중복증거”라며 “대통령이 걱정하듯 핵심증거도 아니다. 주장하려는 취지는 파악하고 있다”고 기각했다.

헌재가 이렇듯 박 대통령 측의 ‘지연 전략’을 차단하며 소송지휘권을 강력하게 발동한 것은 이 대행의 퇴임 일인 다음 달 13일 전까지 탄핵 여부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22일 증인 신문이 예정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최순실 씨의 출석 여부를 보고 최종 변론 일을 정할 테니 박 대통령의 출석 여부도 이날 밝힐 것을 요구했다. 변론이 종료된 후 출석하겠다며 시간을 끌겠다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에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공정성에) 상당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대리인이) 변론을 하겠다는데 못하게 제지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강력 반발했다. 대리인단 ‘전원 사퇴’ 여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탄핵 심판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수사기간 만료까진 8일밖에 남지 않았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기간을 고려해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그동안 진행 과정과 특검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은 특검에 비공개 및 참고인 신분 조사, 조사시간 제한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부 특검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라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여전히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이 특검보는 “가급적 빨리 답변해 주면 남은 수사기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빨리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1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우 전 수석은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우 전 수석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방조한 혐의, 이를 내사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방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다만 아들 병역특혜 등 개인 비리 혐의는 영장에 포한되지 않았다. 특검은 개인비리 등에 대해 추가 조사 여부는 추후 판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