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전국순회→광장…국민에 문 열어온 민주당 경선史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민주당 경선룰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매번 대선때가 되면 후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경선 흥행을 위해 매번 새로운 경선룰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큰 흐름은 국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대선후보 경선 역사를 새로 쓴 것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이다. 대의원 20%, 일반당원 30%에 일반 유권자를 지역별, 연령별, 성별 인구비례로 1000명당 1명씩 공모한 50%의 선거인단이 대선후보를 뽑는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했다. 여기에 전국순회 방식까지 도입했다.


3800여명의 대의원만으로 체육관에서 김대중 후보를 선출했던 1997년 대선에 비하면 참신한 시도로 여겨졌다. 총 7만여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했고 민심을 업은 노무현 후보가 대세였던 이인제 후보를 꺾고 최종 후보로 선택됐다. 침체돼 있던 민주당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결국 본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당시 '넘사벽'으로 여겨졌던 이회창 후보를 꺾고 청와대에 입성했다.

2007년에는 2002년 경선룰에 모바일 여론조사까지 반영됐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룰 결정 과정의 핵심쟁점이었던 '여론조사 반영비율'은 온갖 진통 끝에 10%로 결정돼 도입됐다. 총 190만여명의 기록적인 선거인단이 참가한 투표소 투표를 진행한 뒤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모바일 여론조사는 유효 투표의 10% 비율로 반영했다.

그러나 반영비율이 생각보다 낮고, 대의원과 당원들의 투표에 대한 가중치 때문에 여론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시 대세였던 정동영 후보가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2012년에는 국민참여의 범위를 보다 넓히는 방안으로 흘러갔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기간당원, 책임당원을 일정비율 경선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기존 조항을 삭제하고 경선의 문턱을 낮췄다. 대신 국민이든 당원이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고 선거인단에 등록한 사람이면 누구든 1인 1표를 행사하도록 경선룰을 정한 것.

여기에 모바일 투표까지 도입했다. 또 최다 득표자가 50% 미만 득표하면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재투표하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긴장감을 더했다. 당시 108만5000여명이 선거인단으로 등록했고, 그 중 61만42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 중 56.52%(34만7183표)를 가져간 문재인 후보가 1위로 결선투표 없이 후보가 됐다.

올해 더불어민주당은 2012년 경선룰을 거의 그대로 준용해 완전국민경선제와 모바일투표, 결선투표 등을 담았다. 대신 촉박한 일정을 고려해 순회 경선을 영남·호남·충청·수도권(제주 포함)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진행한다. 기존엔 시·도별 순회 경선을 치렀다.

지난 15일부터는 선거인단 모집에 돌입했다. 첫날 21만명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선거인단 모집은 20일 오후 6시20분 현재 52만명을 돌파했다.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모이면서 민주당은 모집을 시작하며 목표했던 200만명을 지난 17일에는 250만여명으로 상향조정 하기도 했다.

예상보다도 빠른 속도로 선거인단 모집이 진행되면서 민주당 유력후보 3인의 수싸움도 복잡해지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캠프는 탄핵 인용 3일 전 마감되는 1차 선거인단 모집에서 과반을 확보해 2012년과 같이 결선투표 없이 간다는 전략이다. 캠프 관계자는 "확실하고 안정적인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캠프 측은 우선 문 전 대표의 과반을 저지하고 본다는 입장이다. 두 캠프 모두 선거인단 200만명 모집에 60~70%선의 실제 투표율을 예상하고 있다. 140만여명 가운데 50만명만 확보해도 과반을 저지하고 결선 투표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내 기반이 적은 이 시장 측이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 시장 캠프 대변인인 제윤경 의원은 "지지층이 겹쳐서 표를 나눠가지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에 비해 이 시장은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인단 확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