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녹색 불' 길어진다…보행자 중심 체계로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강원 화천경찰서는 지난해 10월13일 화천읍 시장 주변에서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을 진행했다. 한 노인의 유모차에 야광반사지를 부착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 시내 횡단보도 신호등에 녹색 불이 켜진 시간과 횟수가 늘어난다.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이 보행자다. 경찰이 보행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교통신호 운영체계를 개편한다.

21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45명이다. 이중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는 199명으로 57.7%에 달했다.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 비율은 최근 3년 새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14년 55.1%, 2015년 57.3%, 2016년 57.7%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 인구가 감소 추세이지만 자동차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보행자 사망 비율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서울 인구는 2014년 1036만9000여명에서 2015년 1029만700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등록 자동차 수는 2014년 301만3000여대에서 2015년 305만6000여대로 늘었다.

경찰은 교통신호 운영 체계를 보행자 중심으로 개선키로 했다. 차량 대기 시간인 '빨간 불' 시간을 기존보다 1∼3초 늘린다. 교차로나 횡단보도를 비워두는 여유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주행 차량이 미처 멈추지 못해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차량 교차로의 경우 몇 초간 사거리 전체에 빨간 불이 유지된 다음에 녹색 불이 켜지게 된다.

무단횡단이 자주 발생하는 곳에 보행신호 횟수를 1회에서 2회로 늘릴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차량 주행 신호가 한 번 들어오는 동안 횡단보도 보행 신호도 한 번 켜진다. 이를 차량 주행 신호 한 번에 횡단보도 보행 신호가 두 번 켜지게 해 무단횡단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폭이 서로 다른 차도가 만나는 사거리에서는 폭이 넓은 쪽과 좁은 쪽의 신호 시간을 서로 다르게 변경한다.

교차로 꼬리 물림 현상이 발생하면 차량 신호를 자동으로 빨간 불로 바꾸는 '앞막힘 예방 제어 시스템'을 확대 적용한다. 현재 85개소에서 15개소를 추가한다.

경찰 관계자는 "교통신호 운영체계 개선으로 시민이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환경이 정착될 것"이라며 "시스템 위주의 과학적 교통관리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