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만 하면 가짜뉴스' 트럼프式 언론대응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16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취임부터 이달 21일까지 트위터에 '가짜 뉴스'(Fake News·Media)를 언급한 횟수다. 그는 자신을 비판하는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라며 매도해왔다. 그가 한달 동안 매일 트윗(트위터 글)을 하나씩 올렸다고 가정하면 한달 중 절반을 언론 비판에 쏟은 셈이다.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언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가 주류 언론를 가짜 뉴스라 폄하하는 데 대해서는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트럼프 "CNN은 질문하지마…가짜뉴스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가짜 뉴스가 스웨덴에서 대규모 이민이 그저 아름답게만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사실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멜버른 지지자 집회 연설에서 실제 일어나지도 않은 스웨덴 테러 사건을 마치 발생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발언을 했던 그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자신이 실언을 해 놓고 이를 보도한 언론 핑계를 댄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지난 16일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도 언론에 날선 공격을 가했다. 그는 짐 어코스타 CNN 기자가 "대통령께서 우리 회사를 가짜 뉴스라고 했는데"라며 질문을 하려 하자 "그럼 말을 바꾸겠다. CNN은 '아주 심한 가짜뉴스'"라고 면박을 줬다.

그는 존 소펠 BBC 기자가 반이민 행정명령과 관련해 질문하자 얼굴을 구기며 "어느 회사에서 일하느냐"고 물었다. 소펠 기자가 BBC라고 말하자 "여기 또 다른 아름다운 게 있네"라고 비아냥댔다. 이에 기자가 "BBC는 공정하고 올바르다"고 반박하자 "맞다, CNN과 똑같다"고 일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자 "나한테 우호적인(friendly) 곳이 어디냐"며 기자를 가려 질문을 받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언론을 '가짜뉴스'라 칭하며 비판하고 있다./사진=트위터

그는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에서도 주류 언론을 비난했다. 어코스타 CNN 기자가 "당신이 우리를 공격하는데 우리가 질문 좀 해도 되나"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 매체는 끔찍하다. 당신 말고 다른 사람이 질문하라. (어코스타 기자가 계속 질문을 요청하자)당신이 아니다. 버릇없게 굴지 말라. 당신은 가짜 뉴스다!"라고 일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의 많은 기자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며 훌륭한 미 국민들에게 걸맞은 존중을 보이지 않는다"며 "불행하게도 워싱턴과 뉴욕, 로스앤젤레스(LA)의 많은 언론사들은 국민이 아닌 특정 이익과 이를 취하는 이들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우 망가진 시스템"이라며 "언론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해를 입히고 있으며 통제 불능 수준으로 부정직하다"고 했다.

◇"주류 언론 편향적" 지적 있지만…트럼프 언론 비판 수위 넘어
주류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운 털이 박힌 건 다소 편향적 보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주류 언론은 지난해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며 클린턴 후보에 우호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행 논란을 보도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기도 했다. 주류 언론의 총공세에 전세계 언론은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 언론 비판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972년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냈던 전 워싱턴포스트(WP) 기자인 칼 번스타인은 주류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닉슨보다도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은 19일 CNN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때리기는 "자유민주주의 제도들에 대한 선동적인 공격"이라며 "트럼프처럼 공공연하게 권위주의적인 행동과 수사를 사용하는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 트럼프의 발언들은 '스탈린과 히틀러를 포함한 독재자들'을 연상시킨다"고 주장했다.